FA 장원준 잡은 두산의 선택은 옳았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11-01 09:32


2015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29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두산 선발 장원준이 6회 2,3루의 위기에서 삼성 박석민을 내야 땅볼로 처리하고 유격수 김재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5.10.29/

국내 프로야구 팀이 존재하는 이유, 최종 목표는 우승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거의 매년 우승을 꿈꿨던 두산 베어스가 2001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지난 11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건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그리고 두산 네 팀 뿐이다. 우승으로 가는 길은 좁고 험하고, 천운까지 따라줘야 한다. 지난 3년간 3명의 다른 사령탑을 내세워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는데,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1992년, LG 트윈스는 1994년, 한화 이글스는 1999년에 정상에 선 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우승 전력을 갖추려면, 당연히 효율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약점 보완을 위한 선수를 육성하고,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전력 강화책이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인데, 비용이 크다보니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겨울 두산의 선택은 첫해부터 성공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말 두산은 FA 왼손투수 장원준(30)과 계약을 발표했다. 4년간 총액 84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10억원, 옵션 4억원). 깜짝놀랄만한 수준의 금액이었다. 지난해 장원준은 27경기에 나서 10승9패-평균자책점 4.59를 기록했다. 준수한 성적이라고 해도 에이스급 활약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아무리 그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경찰청 복무 2012~2013년 제외)을 거둔 좌완이라고 해도, 과한 금액으로 보였다. 그러나 FA 시장에서는 애초부터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할 수도 없다. 수요가 가격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4년간 84억원, 이게 장원준의 시장가격이었다. 두산은 기민하게 움직여 장원준의 원소속팀인 롯데, 다른 경쟁팀을 제치고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19일 오후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 NC의 경기가 열렸다. 3회말 2사 2루서 NC 이종욱을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친 두산 장원준이 포수 양의지와 환하게 웃고 있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9.
매년 커지는 FA 시장. 특히 지난 겨울에 거물 FA, 초고액 계약이 이어졌다. 장원준을 비롯해 윤석민 최 정 윤성환 안지만이 65억원 이상의 FA 대박을 터트렸다. 미국에서 돌아온 윤석민이 KIA 타이거즈와 4년-90억원, 최 정이 SK 와이번스와 86억원에 계약했다. 또 윤성환이 4년간 80억원, 안지만이 65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삼성에 잔류했다. 이 가운데 부상없이, 꾸준하게, 마지막까지 팀에 기여한 건 장원준뿐이다.

12승12패-평균자책점 4.08. 장원준의 페넌트레이스 성적이다. 투자한 금액에 비해 떨어지는 성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FA 직전인 지난해보다 승수와 평균자책점이 모두 좋아졌다. 또 부상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줬다.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장원준까지 없었다면 정규시즌 3위가 불가능했고, 포스트 시즌 진출을 장담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포스트 시즌의 장원준은 또 달랐다. 장원준은 지난 29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 6안타 1실점 역투를 펼치고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시리즈 전적 2승1패, 우위를 이끌어낸 승리투였다. 장원준은 지난 11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2실점, 지난 19일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또 지난 24일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6이닝 4실점을 기록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포스트 시즌 4경기에서 3승-평균자책점 2.36의 특급 활약을 했다.

반면, 삼성 에이스 윤성환(정규시즌 17승8패-평균자책점 3.76)과 홀드 1위 안지만(4승3패37홀드-3.33)은 정규시즌에서 좋을 활약을 했지만, 해외
두산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 베어스는 10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과 경기에서 13대 2 대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태형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우승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0.31
원정 도박 혐의가 불거져 한국시리즈 출전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삼성 추락의 주범으로 몰릴 처지다.

크고작은 부상속에 81경기 출전에 그친 최 정(타율 2할9푼5리-17홈런-58타점)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교체 출전해 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최 정다운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FA 첫 시즌이다. KIA 윤석민은 마무리로 51경기에 나서 2승6패30세이브-평균자책점 2.96을 찍었다. 팀에 기여한 것은 분명한데, 특급 활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타이거즈가 7위로 시즌을 마감해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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