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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시즌 막판 극적이었다. 결국 넥센과의 '3위 싸움'을 극적으로 통과했다.
당시 2경기가 남은 두산. 2연승을 거둬야 했다. 1경기가 남은 넥센이 승리를 하면, 두산은 4위로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넥센은 졌다. 반면 두산은 KIA를 극적으로 물리쳤다.
시즌 마지막 또 다시 잠실에서 KIA와의 경기. 칼자루를 두산이 쥐었다. 결국 두산은 대승을 거두고 극적으로 3위를 차지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극히 낮았다. 두산 선수단 내부에서도 그랬다. 단, 3위를 차지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두산은 2013년의 악몽을 잊지 않고 있었다. 당시 '허슬두'의 절정을 보여줬다.
넥센과의 2연패 후 3연승. LG를 3승1패로 꺾고 올라왔다. 당시 3차전에서 보여준 9회 두 차례의 홈 승부는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그리고 삼성을 만났다. 두산은 정신없이 몰아쳤다. 특히, 2차전 연장 13회에서 삼성의 거대한 벽 오승환을 무너뜨린 극적인 홈런이 터졌다. 결국 1, 2차전을 잡은 두산은 잠실 4차전을 극적으로 잡아내면서 3승1패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 단 1승만 남은 상황.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삼성은 강했다.
당시 두산은 혈투에 혈투를 거듭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차례의 연장전. 삼성과의 2차전에서 13회 연장전을 치렀다.
당연히 체력은 고갈됐고, 주력 선수들의 햄스트링이 고장나기 시작했다. 두산 민병헌과 김현수는 항상 "포스트 시즌은 무조건 정신력 싸움이다. 체력은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그들의 의지와 각오를 보여주는 대목. 그리고 풍부한 경험 속에서 포스트 시즌에 어떤 부분이 중요한 지를 정확히 아는 베테랑의 모습이다.
하지만 당시 혈투는 두산 선수들의 정신력으로 넘어설 수 없는 너무나 가혹한 상황이었다. 결국 두산의 장기인 스피드가 느려졌고, 타자들의 방망이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반면 삼성은 타격이 살아났다. 투수력은 여전히 막강했다. 두산의 약점을 간파한 삼성 투수들은 패스트볼의 힘으로 두산 타선을 막아냈다. 결국 3승4패로 두산은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2015년은 달랐다.
두산은 넥센을 4차전만에 꺾었다. 특히 4차전은 믿을 수 없는 역전승을 했다. 한마디로 '미라클'이었다. 5-9로 뒤져있던 9회. 두산은 김현수의 적시타와 양의지의 쐐기를 박는 3루타로 믿기지 않는 역전승을 일궈냈다.
두 가지 효과가 있었다. 일단 선수단 분위기가 완벽하게 상승했다. 또 하나, '대권도전'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준플레이오프를 4차전만에 끝내면서 한국시리즈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비축했다.
여기에 두 가지 호재가 결합했다. 일단 시즌 내내 부상과 재활, 그리고 복귀를 거듭하던 더스틴 니퍼트가 전성기 시절 구위를 완벽히 회복했다. 단기전에서 기선을 점령할 수 있는 '최고의 에이스'가 시즌 막판 극적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 삼성의 '도박 스캔들'이 터졌다. 삼성 마운드의 핵심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끝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물론 이 과정에서 삼성의 기민한 대응과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부분은 훌륭했다.)
분위기 자체가 NC와 두산의 플레이오프가 사실상 '한국시리즈'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두산은 1승2패로 몰렸지만, 니퍼트 장원준의 완벽투와 응축된 단기전 경험을 앞세워 3승2패, NC를 돌파했다.
결국, 두산은 2년 전 '복수혈전'의 기회를 잡았다. 핵심 투수들이 빠졌지만, 삼성은 최강의 상대였다. 한국시리즈 4연패는 누구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규리그 3할2리를 기록한 삼성의 막강한 타선. 그리고 에이스 피가로 장원삼 차우찬 등은 버티고 있었다. 심창민 박근홍 신용운 등의 구위도 두산의 중간계투진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았다.
삼성 선수들의 분위기도 의외였다. 악재가 있었지만, 여유가 있었다. '우승으로 만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세. 오히려 투지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1차전 피가로를 초반부터 난타한 두산. 하지만 끝내 역전패를 했다. 두산의 허약했던 중간계투진이 무너졌다. 4-8로 뒤진 상황에서 7회 나바로의 스리런 홈런을 포함 5득점, 단숨에 전세를 역전했다. 마무리로 나온 차우찬은 엄청난 구위로 두산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게다가 맹타를 휘두르던 공수의 핵심 정수빈이 왼손부상으로 2차전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현장에서는 "삼성은 역시 삼성"이라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두산은 반격 카드가 충분히 있었다. 2차전 더스틴 니퍼트가 삼성 타선이 도저히 칠 수 없는 공을 던졌다. 니퍼트의 공을 본 삼성 투수 차우찬은 "니퍼트가 공략이 불가능한 공을 던졌다. 우리 타선이 못 친 게 아니다"라고 했다.
1차전의 악재를 동시에 날렸다. 흐름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결국 3차전에서도 장원준의 호투와 두산의 맹타로 승리. 힘 대결에서 완벽히 이겼다.
4차전에서 삼성은 배수의 진을 쳤다. 에이스 피가로와 차우찬을 동시에 투입, 두산의 공격력을 최대한 압박했다. 하지만, 두산은 의외의 카드가 튀어나왔다. 계속 불안했던 노경은이 5⅔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시즌 최다이닝, 최다 투구수(92개)였다. 결국 두산은 9회 1사 만루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며 4대3, 1점차의 리드를 지켜냈다.
여기에서 또 다시 나올 수 있는 부분. 2013년의 악몽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충분한 '학습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두 가지의 상황 자체가 달랐다. 일단, 두산은 2013년보다 좀 더 수월하게 한국시리즈에 올라왔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제외하면 연장 혈투가 없었다. 또, 선발진의 호투로 일찍 승패가 갈리는 경기가 많았다. 체력적 소모가 2013년보다 훨씬 덜했다. 민병헌과 김재호는 "그때(2013년)는 앞만 보고 달리는 느낌이었다. 체력소모도 극심했다. 하지만 올해는 정말 견딜 만하다. 혈투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똑같은 말을 했다.
심리적인 부분도 준비돼 있었다. 한국시리즈 4차전을 극적으로 잡아낸 뒤 주장 오재원은 선수들을 향해 "자. 자 아직 끝난 게 아니야"라고 외쳤다. 결국 시리즈 분위기를 완벽하게 장악한 두산은 5차전마저 2년 전 '복수혈전'을 완성했다. 2013년, 7차전이 끝난 뒤 대구 구장에 남아있던 두산 선수들은 오승환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우승 세리머니를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힘없이 고개를 떨군 선수들도 있었다. 당시 김현수는 "너무나 부러웠다"고 했다. 2년 뒤 180도 입장이 바뀌었다. 2013년의 아픔을 딛고 준플레이오프부터 쾌속질주한 두산. 그들의 우승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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