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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한국시리즈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은 두산 베어스. 시리즈를 대구까지 끌고 가 대역전을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 처지는 다르지만 나란히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이상동몽(異床同夢). 두산은 2001년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려 한다.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은 2013년의 기적을 재현하려 한다. 하늘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예전에 두 팀은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감동 스토리를 펼쳤나.
이 장면을 두고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적잖은 후회를 했다. "5~6회 유희관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분위기상 7회는 그냥 막을 줄 알았다. 어쨌든 박한이에게 안타를 맞았어도 '그냥 (유)희관이를 믿고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2001년에도 첫 경기에서 지고 우승을 했다. 지금도 2001년과 같은 상황이라고 믿고 싶다"며 취재진에게 농담을 던졌다.
2001년은 두산이 가장 최근 우승한 해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김 감독의 말대로 첫 판은 4대7로 패했지만 2~4차전을 따내며 분위기를 역전시켰다. 이후 5차전에서 4대14로 크게 진 뒤 10월28일 잠실에서 열린 경기에서 6대5로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당시 두산은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가 6차전까지 4방의 대포를 폭발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23타수 9안타로 타율이 3할9푼1리나 됐다. 또한 정수근 4할7리, 김동주 3할8푼5리, 장원진 3할7푼, 안경현 3할6푼 등 다른 토종 타자들도 맹타를 휘둘렀다. 마운드에서는 3경기에서 1승1세이브, 2.8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진필중의 피칭이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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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삼성은 팀 분위기가 급격히 다운됐다. 믿었던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않으면서 '잠실 곰'들에게 끌려다니기 바쁘다. 작년까지 통합 우승 4연패를 이끈 류중일 삼성 감독이라고 뾰족한 해답이 있는 건 아니다. "경기가 참 안 풀린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야구가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그래도 시리즈를 안방까지 끌고 가야 한다. 대역전극으로 막을 내린 2년 전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랬다. 당시 두산을 만난 삼성은 대구구장에서 열린 1~2차전을 내리 패하면서 핀치에 몰렸다. 잠실로 이동해 1승을 거두긴 했지만, 4차전까지 1승3패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국 이를 결국 뒤집었다. 선수들은 큰 경기 경험이 많은 '타짜'들답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대단했다.
5차전, '+1' 투수로 등판해 호투한 밴덴헐크(소프트뱅크)가 시리즈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그는 5-5이던 7회말 마운드에 올라 2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러자 8회초 박한이가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9회에는 오승환이 출격해 2점 차 리드를 지켰다. 밴덴헐크는 이에 앞선 2차전에도 선발로 등판해 5⅔이닝 4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5차전을 잡은 삼성은 이후 홈으로 이동해 두산을 거푸 제압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2012년까지 1승3패에 몰린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삼성이 2013년 100%의 확률을 깨는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번에도 삼성은 힘겹지만 'Again 2013'을 외치고 있다. 두산 선수들이 "두 번의 실패는 없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지만, 삼성도 "두 번 못할 건 없다"고 의욕을 다지는 중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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