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꾹 눌러뒀던 두산 베어스의 '질주 본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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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뛰지 않고 있다. 대구구장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도루가 '0개'였다. 심지어 시도조차 없었다. 27일 2차전에서 김재호가 기민한 스킵 동작으로 번트 작전을 성공시키는 등의 영리한 주루플레이는 있었지만, 단독 도루에 의한 삼성 내야 흔들기는 나오지 않았다. 반면 삼성은 김상수와 박해민이 도루 1개씩을 성공했다.
그러나 도루는 단기전에서 경기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대단히 뛰어난 공격 전술의 하나다. 아예 봉인해둔다는 건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상대가 '두산은 뛰지 않는다'라고 생각할 때야말로 본격적으로 뛰업볼만 한 절호의 기회다. 그런 면에서 안방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시리즈에서 두산의 '발야구'를 오랜만에 기대해볼 만 하다.
잠실구장에서의 도루는 두 가지 측면에서 두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우선 넓은 잠실구장 외야의 영향이다. 스코어링 포지션에 나가 있을 때 외야로 안타가 나온다면 홈까지 그대로 들어올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 뜬공 타구 때도 한 베이스 씩 더 갈 수 있다. 어쨌든 조금이라도 더 홈에 가까워질 수록 득점 기회가 커진다.
또한 삼성 내야진의 심리적 압박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은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앞서 4연속 우승할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해외 원정도박스캔들'로 전력이 급격히 감소한 터라 선수들이 불안해한다. 1차전 승리로 분위기를 반전한 듯 했지만, 2차전에 지면서 다시 압박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잠실은 두산의 홈그라운드다. 엄청난 응원 속에서 만약 두산이 기민한 도루 등으로 삼성 내야진을 압박한다면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삼성은 지금 핵심 투수 3인방이 빠지면서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들이 불펜에 늘어났다. 차우찬과 권오준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배짱이 강한 선수를 찾기 어렵다. 경기 후반에 이들이 나왔을 때 두산 주자들이 뛴다면 밸런스를 무너트릴 수도 있다. 여러모로 두산의 질주 본능은 잠실에서 부활해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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