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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는 '조상우 시리즈'였다. 조상우가 잘 던지면 넥센이, 조상우가 무너지면 두산이 이기는 패턴이었다. 조상우는 SK와의 와일드결정전에서 49개의 공을 던진 뒤 준플레이오프 첫 판부터 48개의 공을 던졌다. 또 3차전에서 23개, 4차전에서도 21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그라운드 안팎에서는 말들이 많았지만 대다수 지도자들은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내일'이 없는 단기전에서는 무리하더라도 가장 믿을 만한 투수를 내보내는 게 당연한 운용이라는 얘기였다.
차우찬은 올 정규시즌에서 31경기(선발 29경기)에 등판해 13승7패 4.79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173이닝을 던지는 동안 194탈삼진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두산을 상대로는 2경기에서 승패 없이 3.8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신체조건이 1m85, 80㎏으로 평범하지만 스태미너가 남다르다는 게 팀 내에서 나오는 평가. 김현욱 삼성 트레이닝 코치는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김 코치는 "통상 선발 투수들이 다음날 되면 어깨가 결리거나 근육이 뭉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차)우찬이는 늘 괜찮다고 한다"며 "회복력이 남다르다. 학창 시절부터 연투를 해서 그런지,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는 충분히 연이틀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고 밝혔다.
조상우의 피칭에서 보듯 피곤한 투수들은 (오른손 투수 기준으로) 왼 어깨가 일찍 열리고 정작 공을 쥔 손은 늦게 나오면서 스트라이크를 쉽게 던지지 못한다. 직구가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것은 결국 공을 앞에서 때리지 못하고 뒤에서 밀어 던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코치는 "(차)우찬이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몸을 잘 쓰는 투수"라며 "팀 내에서 회복력이 가장 좋은 투수 중 한 명"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차우찬도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된 뒤 "이상하게 어깨나 등 쪽 근육이 뭉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운 좋게 타고난 것 같다"면서 "감독님이 1승2패로 몰릴 경우 4차전도 나가라고 하시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내가 4차전에 선발로 나가지 않는 게 좋다. 그게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직구에 자신이 있었다. 포수 (이)지영이 형한테 '하이볼 사인을 많이 내달라'고 했다. 정규시즌에 삼진을 많이 잡아봤기 때문에 아무래도 카운트가 유리해지면 삼진을 잡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차우찬은 이날 9-8로 앞선 8회 1사 1,3루 위기에서 등판해 1⅔이닝을 피안타 없이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는 환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구=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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