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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막판 불펜총투입, 김경문은 무엇을 노렸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0-19 11:38


과연 그는 무엇을 노린 것일까.

NC 다이노스는 18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완패를 당했다. 마운드의 힘, 타선의 집중력, 수비의 안정감, 주루의 기민함 등. 모든 면에서 두산에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 NC는 0대7로 완봉패를 당했다. NC 김경문 감독도 경기 후 "완전히 졌다"고 패배를 쿨하게 인정했다.


18일 오후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 NC의 경기가 열렸다. NC 이재학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8.
그런데 경기 막판에 보여준 김 감독의 불펜진 총투입 전략은 이런 쿨한 반응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0-4로 뒤진 7회초부터 무려 5명의 투수들을 투입했다. 김진성(⅓이닝 2안타 3실점)-이혜천(0이닝 1볼넷)-최금강(1⅔이닝 무실점)-이재학(⅔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임창민(⅓이닝 무실점)이 등장했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0대7로 더 큰 점수차 패배로 끝났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쓸데없는 투수진 소비처럼 보인다. 하지만 노련한 김 감독이 그냥 막 투수진을 쏟아부었을 리는 만무하다. '7회 이후 불펜 5명 투입'에는 과연 어떤 의도가 담겨있는 것일까.


18일 오후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 NC의 경기가 열렸다. NC 김진성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8.
1차전의 의미, '기세'가 밀리면 안된다

일단 생각해볼 부분은 한 경기, 그리고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승리의 기운과 패배의 그림자가 경기 중에 수시로 변화한다. 이걸 놓치지 않는 감독이 진정한 승부사다. 그런 이 흐름은 한 경기 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 전체를 관통하기도 한다. 특히 1차전의 결과가 계속 시리즈의 향방을 좌우할 때가 많다. 1차전은 그래서 무척 중요하다.

김경문 감독은 이런 분위기를 대단히 잘 알고 있다. 승리가 최선이지만, 만약 지더라도 상대를 끝까지 압박하고 팀에 투지를 불어넣는 게 향후 경기를 위해서 좋다. 흐름이 상대쪽으로 넘어갔다고 해서 일찍 손을 빼는 건 일시적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아낄 수도 있지만, '기세'를 꺾을 수도 있다. 또한 벤치가 너무 쉽게 백기를 드는 것도 팀의 사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김 감독도 이런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끝까지 승부의 고삐를 놓지 않은 모습을 보였을 수 있다.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18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전 NC 김경문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마산=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15.10.18/
투수진 실전감 회복

또 한편으로는 고도의 플레이오프 운영 전략이라고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단기전에서는 투수력이 강한 팀이 매우 유리하다. 특히 불펜이 중요하다. 정규시즌과는 달리 3선발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선발 못지 않게 계투진이 탄탄해야 시리즈를 따내기 쉽다.


결국 투수진의 예봉을 날카롭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NC는 정규리그가 끝난 뒤 10여일간 쉬었다. 선수 전반의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 비록 이 기간에 4차례의 자체 청백전을 했다지만, 실전의 느낌과 같을 순 없다. 휴식에 따른 경기 감각 저하는 타자들이 주로 겪는 일이지만, 투수들에게도 영향이 없진 않다. 실전 등판을 통해 늘어져 있던 승부 감각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은 이런 면도 고려한 듯 하다. 이는 불펜 투수들의 투구수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선발 해커의 뒤를 이어 5회부터 나온 총 7명의 투수들은 하나같이 15구 미만의 투구수만 기록했다. 모두 공격적인 피칭을 했고, NC 벤치는 이들을 수시로 바꿔줬다. 두 번째 투수 이민호는 1⅓이닝을 소화하는데 불과 14개의 공만 소비했다. 다른 투수들도 안타 및 실점 허용여부와 상관없이 짧고 강하게 던졌다.

실전에서 15구 미만 투구는 불펜 투수들에게는 별로 큰 부담이 아니다. 물론 불펜에서 연습 투구에 따른 피로 누적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이 정도 투구수는 오히려 선수들의 실전 감각을 되살리는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감독의 불펜진 총투입에는 여러가지 숨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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