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는 무엇을 노린 것일까.
NC 다이노스는 18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완패를 당했다. 마운드의 힘, 타선의 집중력, 수비의 안정감, 주루의 기민함 등. 모든 면에서 두산에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 NC는 0대7로 완봉패를 당했다. NC 김경문 감독도 경기 후 "완전히 졌다"고 패배를 쿨하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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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생각해볼 부분은 한 경기, 그리고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승리의 기운과 패배의 그림자가 경기 중에 수시로 변화한다. 이걸 놓치지 않는 감독이 진정한 승부사다. 그런 이 흐름은 한 경기 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 전체를 관통하기도 한다. 특히 1차전의 결과가 계속 시리즈의 향방을 좌우할 때가 많다. 1차전은 그래서 무척 중요하다.
김경문 감독은 이런 분위기를 대단히 잘 알고 있다. 승리가 최선이지만, 만약 지더라도 상대를 끝까지 압박하고 팀에 투지를 불어넣는 게 향후 경기를 위해서 좋다. 흐름이 상대쪽으로 넘어갔다고 해서 일찍 손을 빼는 건 일시적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아낄 수도 있지만, '기세'를 꺾을 수도 있다. 또한 벤치가 너무 쉽게 백기를 드는 것도 팀의 사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김 감독도 이런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끝까지 승부의 고삐를 놓지 않은 모습을 보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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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으로는 고도의 플레이오프 운영 전략이라고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단기전에서는 투수력이 강한 팀이 매우 유리하다. 특히 불펜이 중요하다. 정규시즌과는 달리 3선발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선발 못지 않게 계투진이 탄탄해야 시리즈를 따내기 쉽다.
결국 투수진의 예봉을 날카롭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NC는 정규리그가 끝난 뒤 10여일간 쉬었다. 선수 전반의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 비록 이 기간에 4차례의 자체 청백전을 했다지만, 실전의 느낌과 같을 순 없다. 휴식에 따른 경기 감각 저하는 타자들이 주로 겪는 일이지만, 투수들에게도 영향이 없진 않다. 실전 등판을 통해 늘어져 있던 승부 감각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은 이런 면도 고려한 듯 하다. 이는 불펜 투수들의 투구수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선발 해커의 뒤를 이어 5회부터 나온 총 7명의 투수들은 하나같이 15구 미만의 투구수만 기록했다. 모두 공격적인 피칭을 했고, NC 벤치는 이들을 수시로 바꿔줬다. 두 번째 투수 이민호는 1⅓이닝을 소화하는데 불과 14개의 공만 소비했다. 다른 투수들도 안타 및 실점 허용여부와 상관없이 짧고 강하게 던졌다.
실전에서 15구 미만 투구는 불펜 투수들에게는 별로 큰 부담이 아니다. 물론 불펜에서 연습 투구에 따른 피로 누적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이 정도 투구수는 오히려 선수들의 실전 감각을 되살리는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감독의 불펜진 총투입에는 여러가지 숨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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