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김태형, 조상우 혹사발언 노림수 적중했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10-13 09:14


어린 선수들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해봐야 안다. 몸으로 겪은 경험보다 소중한 것이 없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사령탑의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 권한의 또다른 이름은 책임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48)은 초보 사령탑이다. 부임 첫해 10개 구단 체제에서 팀을 가을야구(정규리그 3위)로 이끌었다. 성공적인 첫 시즌이다. 문제는 감독의 역량이 확연히 드러나는 포스트시즌.


◇경기중엔 표정변화가 거의 없다. 넉살과 여유로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는 김태형 두산 감독이지만 실상은 치밀하기 그지없다. 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15.10.10/
첫 상대는 '염갈량' 넥센 염경엽 감독(47)이다. 김태형 감독이 선배지만 염 감독은 이미 2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지난해엔 한국시리즈도 치렀다.

상대적 열세로 느껴졌지만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뭔가 변화 조짐이 엿보였다. 긴장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임에도 김 감독은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도 편안하게 하던대로 하라고 주문할 것"이라고 했다. 넉살좋게 웃으며 던진 넥센 조상우에 대한 발언이 백미였다. "조상우가 많이 던져 걱정된다. 선수 미래가 있는데 저렇게 던져도 되나 싶다. 아직 어려 감독이 시키니까 죽어라 던진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도 웃엇고, 양팀 감독도 웃었다.

하지만 염 감독의 마음도 과연 편했을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타팀 감독의 작전, 선수기용을 걸고 넘어졌다.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공석에서 나올 얘기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농담 반, 진담 반이었을 것이다. 구위가 좋은 조상우를 자주 내지 말아달라는 부탁(?)처럼 보였지만 받아들이는 염 감독으로선 뭔가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3연패를 달성한 '만수' 유재학 모비스 농구단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앞서 상대팀의 약점을 대놓고 지적한다. 선수의 약점, 전술의 허점도 거침없다.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정공법은 상대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심리전의 성공여부는 상대를 자극해 화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평정심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상대가 흔들리면 당연지사 분위기는 넘어온다.

올시즌 김태형 감독은 노경은과 윤명준의 부진으로 속앓이를 했다. 외국인투수 마야는 조기퇴출됐고, 잭루츠는 기대 이하였다. 진야곱 함덕주 이현승을 이만큼 끌어올린 것은 사령탑의 능력이자 복이다. 가을야구에 앞서 스와잭을 불펜으로 돌린 것도 과감한 판단이다. 평소에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카리스마를 만드는 김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고민은 깊게, 결정은 빠르게 하고 있다.

민병헌의 타순 조정은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점점 '신의 한수'로 굳어지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허경민에게 3루를 맡긴 것도 적중했다. 데이빈슨 로메로가 부진하다고 해도 큰 것 한방은 가을야구의 핵심 중 하나다. 파워를 포기하고 수비강화를 선택했는데 이 역시 들어맞았다.

초보답지 않은 노련한 사령탑, 두산의 포스트시즌 출발이 매끄러운 첫번째 이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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