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마감한 켈리, 두자릿수 승수의 의미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9-30 09:36


SK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가 29일 인천 kt전에서 7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시즌 10승 고지에 올랐다. SK에서 외국인 투수가 10승을 올린 것은 2년만이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10승10패, 평균자책점 4.20.'

정규시즌을 모두 마친 SK 와이번스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의 성적이다. 켈리는 29일 인천에서 벌어진 kt 위즈와의 홈게임에 선발등판해 7이닝 3안타 무실점의 호투로 시즌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SK가 10월 3일 정규시즌을 마치기 때문에 정상적인 로테이션을 따르면 켈리의 다음 등판은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를 시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될 전망이다.

켈리는 정규시즌서 과연 성공적인 '용병'이었을까. 켈리는 올시즌 에이스 김광현에 이어 팀내에서 두 번째로 10승 고지를 밟았다. SK가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차지한 지난 2007년 이후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낸 외국인 투수는 켈리, 크리스 세든(2013년 14승), 카도쿠라(2010년 14승), 케니 레이번(2007년 17승)과 마이크 로마노(2007년 12승) 등 5명 뿐이다.

켈리를 제외한 4명 모두 SK가 재계약을 하려 했거나 실제 재계약을 했다. 세든은 2013년 시즌을 마치고 SK의 적극적인 재계약 제안을 뿌리치고 일본 요미우리로 떠났고, 카도쿠라는 2014년 14승에 평균자책점 3.22의 성적을 남겼지만 심각한 무릎 부상 때문에 재계약을 할 수 없었다. SK는 2007년말 레이번과 로마노에게 재계약 의사를 통보했지만, 로마노는 조건이 맞지 않아 그대로 팀을 떠났다. 이 점에서 본다면 켈리는 SK가 재계약 의사를 타진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켈리가 최근 SK의 외국인 선수 역사에서 몇 안되는 성공 사례로 꼽힐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

켈리는 올시즌 손목 부상으로 두 차례 로테이션을 걸렀다. 지난 5월 1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6⅔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켈리는 다음 등판을 위해 불펜 피칭을 하던 도중 오른쪽 손목 통증을 호소했다. 손목 외측부위에 경미한 염증이 발생한 것이었다.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손목 부상 때문에 2주 동안 휴식을 취했다. 두 차례 등판을 건너뛴 셈이었다. 당시 안정적인 레이스로 상위권을 유지하던 SK는 켈리의 부상 이후 승보다 패가 많은 불안한 행보를 보였다.

켈리가 복귀한 것은 5월 29일 인천 넥센 히어로즈전. 그러나 5⅔이닝 11안타 8실점의 부진으로 패전을 안았다. 켈리는 이후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손목 부상 후유증이 길게 이어졌다. 부상 복귀 후 6월말까지 6경기에서 1승5패, 평균자책점 8.80을 기록했다. 켈리가 퇴출 분위기에 휩싸인 것도 이 즈음이다. 그러나 민경삼 단장이 직접 미국까지 날아가 데려온 선수인데다 빠른 직구와 안정된 제구력, 다양한 구종 등 시즌 전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평가 때문에 기회가 더 주어졌다.

켈리가 반전 기회를 잡은 것은 7월 5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9이닝 9안타 1실점으로 완투승을 따내면서다. 이후 8월 5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6경기에서 4승을 따낸 켈리는 김광현과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굳건히 지켰다. 그러나 8월 11일 롯데전에서 6이닝 7실점한 뒤로 한 달 넘게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9월 13일 NC 다이노스전까지 7경기에서 4패만을 당했다. 이 기간 4경기에서는 퀄리티스타트를 올리고도 타선과 불펜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5위 싸움이 격화되던 9월 중순 이후 켈리는 막판 스퍼트를 발휘, 3경기서 모두 팀승리를 이끌며 10승 고지를 점령했다.

3연승 동안 드러난 켈리의 강점은 기복이 적다는 것이다. 경기운영이 안정적이니 6~7이닝을 믿고 맡길 수 있다. SK가 지금 그대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을 경우 켈리를 1선발로 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적어도 재계약에 관한 근심은 던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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