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의 토종선발 20승 도전 유희관, 포스트 시즌의 딜레마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9-24 07:44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9.16.

산술적으로는 여전히 가능하다. 하지만 확실히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두산 유희관은 최근 3경기 1승만을 챙겼다. 10일 KIA전에서 7이닝 2실점의 호투를 했지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16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5⅓이닝 9피안타 7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리고 22일 롯데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6이닝 4실점했지만, 2회까지 6점을 뽑아낸 타선의 도움이 있었다. 결국 6대5로 신승, 유희관은 어려웠던 18승 고지에 올랐다.

남은 일정을 감안할 때 유희관은 최대 2차례 정도 등판할 수 있다. 물론 변칙적 운용을 할 경우 등판 횟수를 늘릴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2차례 등판도 쉽지 않다.

두산은 11경기가 남아있다. 24일은 더블 헤더다. 4~5일의 휴식을 감안할 때 두 차례 등판을 할 수 있는 일정이다.

그러나 강력한 변수가 있다. 포스트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23일 현재 4위 두산은 72승61패로 4위다. 3위 넥센과 2.5게임 차다. 맞대결이 없기 때문에 뒤집기가 쉽지 않다.

3위로 올라가면 5위로 펼치는 와일드카드 경기가 면제된다. 확실한 장점이다. 그러나 두산은 산술적으로 3위 싸움이 가능할 지 몰라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게임 수가 줄어드는 9월 말에는 포스트 시즌 전환이냐, 3위 싸움이냐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해야 할 시기다.


만약, 3위 싸움이 산술적으로 불가능해진다면, 유희관의 등판은 애매해진다. 10월에 두산은 세 차례 경기가 남아있다. 선발 로테이션 상 유희관은 3경기 중 한 게임에 등판한다.

20승을 위해서는 2승이 더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유희관은 27일 잠실 LG전에 등판이 유력시된다.

이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다면, 계산은 더욱 복잡해진다.

선발 20승은 꿈의 숫자다. 완벽한 초특급의 상징이다. 1982년 국내야구 출범 이후 20승은 단 12명만이 기록했다. 총 16차례가 나왔다. 선동열(3회) 김시진, 고 최동원(각 2회) 등이 기록했다.

토종 20승은 1999년 정민태 이후 명맥이 끊어졌다. 2000년대 두산 다니엘 리오스(2007년, 22승)와 넥센 밴 헤켄(2014년, 20승)이 명맥을 이었다.

유희관이 20승 고지에 도달한다면, 무려 16년 만에 20승을 올리는 국내 선발투수가 된다.

하지만 두산이 현 시점에서 유력한 4위가 된다면, 유희관을 아껴야 한다. 그는 올 시즌 명실상부한 두산의 에이스다. 5위와 맞붙는 와일드 카드 경기는 매우 부담스럽다. 2경기 중 1무만 기록해도 올라간다. 그러나 두산은 완벽한 방어를 해야하는 부담감이 있다. 반면 5위팀에게 와일드 카드 경기는 완벽한 '덤'이다.

때문에 두산 입장에서 심리적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1차전에서 깔끔하게 끝내야 한다. 2차전까지 간다면, 이긴다고 해도 준플레이오프에서 더욱 힘들어진다. 가뜩이나 희박한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그렇다고 평생 한 차례 올까말까한 20승을 포기하긴 아깝다.

유희관이 만약 20승을 달성한다면, 많은 부분이 변한다. 그는 NC 에릭 해커와 함께 다승 공동 선두다. 강력한 골든글러브 후보들이 두 투수. 20승 고지는 곧 투수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된다.

토종 20승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박병호(2년 연속 50홈런)와 에릭 테임즈(40-40 도전)의 2파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MVP 구도에도 균열을 낼 수 있다.

유희관은 그동안 "20승에 대한 욕심은 없다. 시즌 막판이 되면 포스트 시즌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했다. 두산 입장에서도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포스트 시즌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때문에 더욱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27일 잠실 LG전이 유력한 다음 등판 때 1승을 챙기면 이런 고민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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