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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한화 최적의 수비 시프트, 정수빈의 역습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9-21 06:11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주말 2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민우와 두산 니퍼트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두산 4회 1사 1루에서 정수빈이 1타점 2루타를 치고 볼이 송구되는 사이에 3루까지 뛰어 세이프되고 있다. 3루에서 세이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수빈.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9.20

한화 송은범이 정수빈을 상대할 때 던진 구종과 방향.

20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두산전.

두산이 순항하는 듯 했다. 3회 5득점. 하지만 한화는 곧바로 3점을 따라붙었다. 5-3, 두산의 2점 차 리드. 하지만 두산의 약한 뒷문을 고려하면, 승부는 알 수 없었다.

두산은 1사 이후 김재호가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흐름이 미묘했다. 한화의 추격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두산이 달아나는 점수를 얻으면 분위기는 두산 쪽으로 확 기울 가능성이 많았다.

결국 한화는 수비 시프트를 작동시켰다. 중견수 이용규가 극단적으로 왼쪽으로 움직였다. 즉, 외야 중앙은 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정수빈의 최근 타격 성향을 보고 내린 정교한 수비 시프트였다.

정수빈의 타격 스타일은 두 가지다. 바깥쪽 공에 대해서 감각적으로 밀어친다. 툭 건드리는 타구가 좌익수 앞이나 좌중간으로 가는 경향이 많다. 몸쪽 공의 경우에는 극단적으로 당겨친다. 정수빈의 탁월한 센스로 인한 동물적인 감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홈런을 비롯한 2, 3루타가 우선상으로 집중된다. 즉, 확률적으로 우중간으로 떨어지는 타구가 많지 않다. 따라서 이런 특징을 고려한 한화의 수비 시프트는 매우 매력적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전제조건이 있다. 일단 투수의 제구력이다. 일단, 가운데 몰리면 당연히 안된다. 외야 좌측과 좌중간에 수비수 2명을 배치시킨 상황이다. 때문에 좌타자 정수빈의 기준에서 바깥쪽 공을 승부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바깥쪽 공은 무리하게 잡아당기면 파울이나 내야 땅볼이 될 가능성이 높고, 밀어칠 경우 수비 시프트로 인해 외야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화 송은범은 초구 112㎞ 커브를 던졌다. 바깥쪽으로 높게 형성된 '어림없는' 볼. 2구는 143㎞ 몸쪽 패스트볼 낮은 공. 타자의 시선을 안쪽으로 분산시키려고 하는 일종의 '미끼'였다.


그리고 한화 배터리는 3, 4구째 모두 143㎞, 146㎞ 바깥쪽 패스트볼을 던졌다. 2B 2S 상황.

승부처가 다가왔다. 이 장면은 경기흐름 전체가 바뀔 수 있는 상황. 5구째 송은범이 던진 147㎞ 패스트볼이 정수빈의 몸쪽을 향했다. 그런데 가운데 가까웠다. 실투성 공이었다.

몸쪽으로 던지려면, 더욱 몸쪽으로 붙여야 했다. 투수가 바깥쪽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타자는 알고 있다. 당연히 더욱 신경쓴다. 때문에 타자가 노리고 있는 바깥쪽의 의표를 역으로 찌를 수 있었다. 아니면, 수비 시프트가 의도한대로 뚝심있게 바깥쪽으로 밀어부쳐야 했다.

결국 정수빈의 타구는 우중간으로 흘렀다. 평범한 수비 포메이션이었다면, 단타였다.

하지만 거기에 수비수는 없었다. 뒤늦게 한화의 외야진이 커버했지만, 1루 주자 김재호는 그대로 홈을 밟았다. 정수빈은 3루까지 갈 수 있었다.

결국 두산은 추가점을 뽑는데 성공했다. 6-3으로 앞서갔다. 5-3과 6-3은 타고투저의 시대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당시 경기의 흐름과 분위기를 고려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한화의 추격세는 한 풀 꺾였고, 두산의 분위기는 완전히 살아났다. 결국 6회 두산은 대거 5득점,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한화의 의도는 좋았다. 그들이 사용한 수비 시프트는 정수빈의 타격 성향을 정교하게 분석한 뒤 가장 확률높은 수비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 부분은 박수받을 만하다.

그러나 실전에서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변수가 많은 야구는 참 묘하다. 대전=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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