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5위 전쟁, '위기 관리'가 관건인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8-30 10:47 | 최종수정 2015-08-30 10:47


동트기 직전의 가장 어두운 새벽같은 느낌이다. 이제 곧 결론이 날 시점인데, 프로야구 '5위 삼국지'는 더더욱 혼돈에 빠졌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 SK 와이번스가 모두 '상승-하강' 사이클을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어느 팀도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29일까지의 결과는 한화(57승60패)와 KIA(56승59패)가 승차없이 5위-6위. 승률에서 2모(0.0002) 차이로 한화가 앞서있다. 그 뒤를 SK(53승59패2무)가 1.5경기 차로 뒤쫓고 있다. 롯데(54승63패) 역시 SK와 1.5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아 '5위 싸움'에서 완전히 배제된 건 아니다. 하지만 일단 현재 '5위 전쟁'의 주역들은 한화-KIA-SK라고 볼 수 있다. 30일 경기를 포함해 남은 경기는 한화가 27경기, KIA가 29경기, SK가 30경기다.

이렇듯 팽팽한 대결 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최근 한 가지 공통된 현상이 세 팀에 벌어졌다. 모두 큰 악재를 맞이하면서 상승의 흐름이 끊기고, 위기의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 충분히 위로 치고 올라가 '5위 전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들이 왔지만, 어떤 팀도 이 기회를 확실히 잡지 못했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5위 전쟁'의 주도권을 잡는 핵심 포인트는 '누가누가 잘하나'가 아니라 '누가누가 덜 못하나'로 바뀐 듯 하다. 결국 큰 악재가 벌어진 상황 속에서 '위기 관리'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듯 하다.


2015 KBO리그 SK와이번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2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KIA 마무리 윤석민이 SK 9회초 1사 1루에서 조동화에게 진루타를 허용하고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문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26/
KIA : 흔들리는 불펜 관리

일단 가장 시급하게 '위기 관리'에 나서야 하는 팀은 KIA다. 사실 KIA는 5위 싸움의 주도권을 확실히 거머쥘 기회가 있었다. KIA는 지난 25일 인천 SK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승률 5할에서 +1승을 쌓았다. 당시 6위 한화를 2경기 차로 따돌린 5위였다. 이때 SK는 롯데에 밀려 8위로 떨어져 있었고 KIA와는 무려 4.5경기 차이나 났다.

만약 KIA가 이때 연승을 조금만 더 쌓았더라면 사실상 5위 싸움은 완전 종식됐을 것이다. 하지만 KIA는 이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26일 인천 SK전이 뼈아팠다. 8회까지 4-2로 앞섰지만, 9회말 믿었던 마무리 윤석민이 끝내기 3점 홈런을 맞아 4대5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의 패배는 대단히 큰 피해를 남겼다. 이때부터 KIA는 내리 4연패에 빠졌고, 그러는 와중에 에이스 양현종은 타구에 맞아 다쳤다. 불펜으로 전환해 강력한 힘을 실어주던 에반 역시 26일 경기 때 생긴 팔꿈치 통증 때문에 29일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양현종의 경우 엔트리에서 제외될 정도의 부상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민감한 왼손의 타박상이라 향후 구위에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 어쨌든 KIA로서는 에이스와 필승불펜의 두 카드가 모두 불안해졌다.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결국 관건은 투수진의 안정적인 운용이다. 일단은 양현종이 부상을 극복하고 에이스에 걸맞는 피칭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에반의 공백은 상당히 뼈아프다. 현재 KIA 불펜에 믿을만한 투수가 최영필과 김광수 정도인 터라 김기태 감독의 불펜 운용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 지가 관건. 결국 여기에 모든 해답이 있다.


2015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27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렸다. 6회말 NC 조영훈과 나성범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3실점한 한화 로저스가 심판의 볼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자 김병주 2루심이 주의를 주고 있다.
한화는 선발투수로 3승 방어율 1.31의 로저스를 내세웠다. NC는 15승 4패 방어율 2.67의 해커가 선발 등판했다. 마산=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8.27/

한화 : 로저스 공백 관리

한화는 막강한 구위를 자랑하던 외국인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가뜩이나 선발진이 약한 상황에서 '초특급 에이스'가 최소 1~2경기에 나오지 못한다는 점은 큰 악재다. 게다가 선발진에서 좋은 구위를 보여주던 안영명도 지난 26일 대전 삼성전에서 아웃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한 채 5실점하고 강판되고 말았다. 송은범은 한결같이 부진하다.

이로 인해 한화 역시 선발진 약화가 큰 고민거리다. 8월에 찾아온 7연패의 최대 위기를 벗어나며 새 힘을 찾는 듯 했는데, 다시 또 위기 상황이 반복된 것.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늘 위기를 가까이해왔다는 점이다. 김성근 감독이나 선수들은 그래서 어느 정도의 위기에 관해서는 이제 면역력이 생겼다.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게 됐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전력이 향상되는 건 아니다. 결국 로저스가 돌아오기 전까지 그 빈자리를 어떻게 메우느냐가 화두다.


SK와 KIA의 2015 KBO 리그 경기가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KIA가 연장 끝에 1대0으로 승리했다. 오늘 경기 선발로 예정됐지만 갑작스런 담 증세로 나서지 못한 SK 김광현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8.25/
SK : 김광현, 그리고 침묵하는 타선 관리

SK 역시 위기 신호가 나타났다. 하지만 KIA나 한화에 비해서는 그나마 약간 나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일단 가시적인 위기 상황은 바로 에이스인 김광현의 부상과 부진이다. 김광현은 2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왔다가 1⅓이닝만에 무려 8점을 내주고 무너졌다. 이는 지난 25일에 생긴 왼쪽 견갑골 통증의 여파로 분석된다. 김광현은 당시 인천 KIA전 때 선발로 나올 예정이었다가 갑작스럽게 생긴 통증으로 결국 등판을 취소한 바 있다.

이때부터 4일을 쉬고 29일 경기에 나왔지만, 예전의 기량이 아니었다.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거나 혹은 그 여파로 밸런스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김광현의 이런 부진이 계속 이어질 경우 SK는 치명상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김광현이 회복되는 게 선결과제이고, 만약 그게 안될 경우 대체 선발요원을 물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김광현의 부상 말고도 SK는 타선의 무기력증이라는 문제를 또 해결해야 한다. 8월들어 SK는 9승15패를 당했는데, 팀 타율이 2할6푼2리로 8위에 머물렀다. 박정권 최 정 브라운 이재원 정상호 등 화려한 면면에 비해 성과가 적었다. 특히 지난 22일부터 최근 일주일간 치른 7경기에서는 팀 타율이 2할6리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팀득점(18점) 역시 가장 적었다. 같은 기간 팀 평균자책점이 리그 3위(3.57) 이었지만, 타선이 침묵하는 바람에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결국 타선의 무기력증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도 SK의 당면 과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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