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11일 목동구장에서 홈런 1위 넥센 박병호와 2위 NC 테임즈가 정면충돌했다. 전날까지 박병호가 38홈런, 테임즈는 35홈런을 기록중이었다. 둘은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부문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2위 NC와 4위 넥센의 순위싸움도 치열하다. 특히 넥센은 올시즌 NC에 1승8패로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지난해 NC를 상대로 5승11패로 부진했는데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이제는 약한 연결고리를 끊을 때도 됐다"며 벼르고 있었다. 선봉은 박병호가 맡았다. 수성은 테임즈의 몫이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거리와 볼거리는 차고 넘쳤다. 진기한 기록과 기념비적인 기록이 쏟아졌다. 치열한 승부, 난타전으로 팬들은 목이 쉴 지경이었다.
이날 박병호는 연타석홈런으로 시즌 40호 고지를 맨 먼저 밟았다. 2년 연속 40홈런은 2002년과 2003년, 심정수와 이승엽만이 경험한 대기록이다. 박병호는 명실상부한 국민거포로 거듭났다. 이에 질세라 테임즈는 사이클링 히트(통산 18호)를 작성했다. 지난 4월에 이어 올해만 두번째 사이클링 히트다. 한시즌 두번의 사이클링 히트는 당연히 사상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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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목동구장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NC 테임즈가 6회 무사 1루에서 2루타를 날리며 4타석 만에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박병호(오른쪽)의 축하를 받고 있는 테임즈.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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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병호는 4타수 3안타 2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테임즈는 5타수 5안타 1홈런 2타점 1볼넷. 무게감은 박병호 쪽이지만 테임즈는 사이클링 히트까지 해냈다. 쉽사리 승부를 가리기 힘들 지경이다.
경기전 김경문 NC감독은 "너무 너무 잘한 선수들이라면 공동수상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 상을 받은 선수는 영광스럽겠지만 반대쪽이 너무나 아쉬울 것 같다. 박병호와 테임즈 둘다 잘해도 너무 잘하고 있다"며 골든글러브 수상은 박빙이라고 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포지션이 겹치는데 박병호가 있어도 외국인타자로 테임즈를 영입할 수 있으면 영입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한 것 아니냐. 테임즈를 마다할 감독이 어디있나. 같은 1루수지만 수비부담을 줄여가면서 동시기용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가장 완벽한 타자인 테임즈와 가장 파괴력 넘치는 타자인 박병호.
이날 둘은 나란히 1루수로 선발출전해 상대의 홈런장면을 여과없이 지켜봤다. 홈런을 치고 1루를 돌 때는 번갈아가며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를 응시하기도 했다. 이날 박병호는 테임즈가 사이클링 히트에 성공하자 슬쩍 눈인사로 축하를 했다. 테임즈는 배팅장갑으로 박병호의 엉덩이를 툭툭치며 친근감을 표했다. 피말리는 승부의 세계지만 최고타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그렇게 함께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테임즈의 판정승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NC는 난타전끝에 9대8로 신승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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