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블럼의 진지한 평가 "유희관과 메이저리그, 해봐야 안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8-06 06:38


2015 KBO리그 롯데자이언츠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5일 울산문수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전 롯데 린드블럼이 관중석을 오르내리며 러닝을 하고 있다. 린드블럼은 전날 두산 전에서 8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의 침묵으로 패배의 멍에를 안았다.
울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05/

2015 KBO리그 롯데자이언츠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4일 울산문수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유희관이 7회말 무사 1루에서 최준석을 병살처리하며 환호하고 있다.
울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04/

롯데 조시 린드블럼은 확실한 에이스다.

4일부터 울산에서 롯데와 2연전을 치른 두산 김태형 감독은 "연타를 칠 수 없는 공을 가진 선수다. 그만큼 뛰어나다"며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외국인 투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확실히 그의 공은 너무나 위력적이다.

4일 울산 두산전에서 선발 등판, 8이닝 5피안타 1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내용은 매우 좋았다. 단, 실점이 많았던 아쉬움이 있다. 2사 이후 홍성흔의 적시타와 로메로의 투런홈런 때문이다.

하지만 린드블럼의 구위는 무시무시했다. 150㎞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은 좌우를 찔렀다. 여기에 높은 타점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이 일품이었다. 원바운드로 떨어지는 포크볼이 많았지만,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그대로 나왔다.

패스트볼과 포크볼을 구분하기가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욱 인상적인 부분은 8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날 롯데 타선은 빈타에 시달렸다. 8회까지 단 1점도 얻지 못했다. 린드블럼은 2사 이후 3실점했다. 35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까지.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는 요소가 너무나 많았던 조건이었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8회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불펜의 부담을 완벽히 덜어주는 에이스의 모습, 그 자체였다.


린드블럼은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항상 팀이 0대1로 뒤지고 있다는 가정 하에 던졌다. 결과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0대1로 뒤진다는 가정 자체는 투수에게 가장 집중력을 발휘하기 가장 좋은 조건이다. 이런 생각 자체가 린드블럼의 클래스를 말해주는 단적인 예다. 그는 공 하나의 소중함을 안다. "예전 야구를 할 때 아버지께서 '공 하나에 집중해야 아웃 카운트 하나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고, 아웃 카운트 하나를 얻어야 이닝을 끝낼 확률이 높아진다. 이닝을 끝내야 경기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했다. 공 하나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아버지의 사려깊은 가르침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철저한 준비와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의 기량을 유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의 확고한 원칙은 5일 가진 인터뷰에서도 느낄 수 있다. 확실한 논거를 가지고 모든 상황을 설명한다.

선발 등판 다음날, 항상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내리는 독특한 루틴을 가지고 있다. 린드블럼은 "예전 메이저리그에서 부상없이 10년 이상 뛰었던 데릭 로가 가르쳐 준 루틴을 나에게 맞게 변형한 것"이라고 했다.

올 시즌 승운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 22경기에 출전, 9승6패, 평균 자책점 3.54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무려 15차례의 퀄리티 스타트와 125개의 삼진 아웃을 잡아내고 있다. 다승 1위(14승) 유희관의 QS가 13차례, 2위 피가로(12승)가 16차례인 것을 감안하면, 그의 뛰어난 경기내용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린동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이름과 롯데의 전설적 투수 고 최동원을 합성한 말이다. 하지만 그는 "전설적 투수와 비견된다는 것은 영광(honor)이다. 하지만 아직 나에겐 과분하다. 더 많은 실적은 쌓은 뒤에나 얻을 수 있는 벅찬 애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 하나 하나에는 확실한 논거를 가지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보이는 흔한 '립 서비스'는 찾기 힘들다.

그는 4일 두산 선발 유희관과 함께 '명품 투수전'을 펼쳤다. 그는 "경기를 지배하는 투수는 뛰어난 구위를 지닌 투수가 아닌 자신만의 지배방법을 가지고 있는 투수다. 나는 패스트볼을 좌우로 꽂는데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 여기에 변화구를 섞어야 (내 투구의 위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서 그는 타이밍을 거론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이겨내야 가장 효율적이면서 위력적인 투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가 한국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단지 그가 가진 구위의 힘 뿐만 아니라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희관에 대해서 당연히 극찬했다. "매우 차별화된 투수다. 하지만 130㎞대 패스트볼과 뛰어난 제구력, 그리고 체인지업(사실은 싱커다)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확실히 제압했다"며 "메이저리그에서 130㎞대 패스트볼로 맹활약했던 제이미 모이어가 떠오른다"고 했다.

모이어는 140㎞가 넘지 않은 패스트볼을 가졌지만, 뛰어난 체인지업과 제구력, 그리고 타자와의 절묘한 수싸움으로 활약한 전설적 투수다. 1986년 시카고 컵스를 시작으로 2012년 6월 은퇴할 때까지 뛰었다. 게다가 세계 최고령 선발승 기록(49세150일)을 가지고 있다. 결국 '유희관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까지 이어졌다.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유희관은 정 훈(롯데) 김주찬(KIA) 테임즈(NC) 등 배트 스피드가 빠른 선수에게 매우 약하다.

메이저리그는 배트 스피드 자체가 다르다. 게다가 좌우로 찔러 넣는다고 해도 배트의 리치 자체가 더 길다.

잠시 고민을 하던 린드블럼은 "판단이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 특출한 능력이 있는 선수다. 일단 부딪쳐봐야 알 지 않을까.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가정법이 생긴다. 만약 유희관이 대표팀에 뽑힌다면. '프리미어 12'에서 그의 진가와 한계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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