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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은 경기 흐름과 기세에 매우 민감한 사령탑이다.
통상적으로 각 팀들은 긴 시즌을 대비, 시즌 초반 컨디션을 떨어뜨린 뒤 5~6월부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사용했다. 뜨거운 여름철과 긴 시즌을 견디기 위함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역으로 갔다. 시즌 초반 컨디션을 끌어올려 독주 체제를 완성한다. 그리고 그 기세와 흐름을 끝까지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말은 단순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변수가 생긴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발굴한 다양한 B플랜을 사용, 6~7월부터 떨어지는 팀 컨디션의 약점을 최대한 메운다.
SK는 2009시즌 막판 아시아신기록인 19연승을 기록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김 감독은 "매 경기 총력전이었다. 다음날 쓸 투수가 없어 걱정됐지만, 결국 어떻게 이겨야 하는 지 길은 항상 있었다"고 했다.
실전에서 보면 준플레이오프나 플레이오프를 막판까지 펼치고 올라온 팀들을 보면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가지고 있는 객관적 전력보다 훨씬 뛰어난 경기력을 펼친다. 2013년 포스트 시즌에서 두산이 보여준 모습이 대표적 예다.
김 감독은 한화에서도 똑같은 방법을 적용시켰다. 그는 시즌 전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했다. 단지 정신적인 면을 강조한 멘트가 아니라, 자신의 '역산'에 꼭 필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든, 그렇지 않든 거기에 목표를 설정해야 시즌 초반의 계산을 정확히 할 수 있다는 의미.
한화는 올 시즌 4연승이 없다. 3연승만 6차례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입버릇처럼 "연승을 이어만 갈 수 있으면 상위권 싸움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연승을 잇지 못하는 것 자체가 한화의 객관적 전력의 한계와 가능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한화의 경기를 보면 여전히 수비가 불안하다. 물론 지난 시즌보다는 훨씬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나오는 뼈아픈 실책과 판단 미스로 인해 경기 주도권을 제대로 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타격은 어느 정도 된다. 선수들이 그만큼 자신의 것을 찾고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수비 측면에서는 "확실히 나아지긴 했다. 하지만 내가 지도했던 2000년대 후반 SK와 단순비교할 순 없다. 팀 역량이 다르다"고 했다.
올 시즌 트레이드로 옮겨온 이성열이나 경험이 부족한 주현상 등은 수비에 약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경험이 부족하고, 승부처에서 여유가 부족하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 시즌까지 너무나 엉성했던 수비를 올 시즌 이 정도 수준까지 만든 한화 선수들의 노력을 오히려 칭찬해줘야 한다.
김 감독은 "계속 훈련하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했다. 좀 더 견고한, 그리고 상위권 팀과 1점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게 사실이다.
냉정하게 보면 이런 역량의 문제가 한화의 상승세를 차단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이다. 결국 한화는 올 시즌 4연승이 없다.
경기를 치를수록 발전하고 있는 한화의 야수진이다.
한화는 4연승의 절호의 기회를 놓쳐 버렸다. 3연승을 달리고 있던 지난 5일 NC 선발 손민한을 제대로 공략했다. 5-0으로 앞서고 있던 3회초 갑작스러운 소나기로 우천취소됐다. 이 부분에 대해 김 감독은 "이어서 마산에서 할 순 없나"라고 농담처럼 아쉬움을 표현했다.
단지 놓친 1승의 문제가 아니었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3연승의 벽을 깨는 것이 한화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역량의 한계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7일 대전 두산전은 또 다시 우천취소됐다. 8일에도 비 예보가 있다.
머나먼 4연승. 한화에게는 단순한 연승행진의 문제가 아니다.
대전=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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