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LG트윈스, 팬들의 열정에 응답할때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06-16 10:28


올해 한화팬들을 보면서 부러운 이들이 있다. LG팬들이다. 열정을 논하자면 둘째가라면 서럽다. 지난 수 년간 '보살'로 불렸던 한화팬. '야신'을 만난 한화는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두달 보름여를 버텨 선두에 2.5게임차 뒤진 5위에 랭크돼 있다. 그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며 LG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LG의 '희망 고문'이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5할승률에서 '-16'까지 떨어진 뒤 반등을 했던 LG다. 올해도 재현할 수 있다며 '좀 더 지나면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했지만 기약이 없다. 6월도 절반이 지났지만 한달 넘게 둥지를 튼 9위 자리에서 꿈쩍을 못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LG트윈스가 팬들의 열정에 답할 때다. 지난 15일 올스타전 베스트12 선정 팬투표 1차 중간집계 결과에서 LG는 kt와 더불어 단 한명의 1위 후보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선발 소사는 양현종(KIA)의 10분의 1 수준의 표를 받았고, 이병규(7번)도 5만2311표로 김주찬(KIA, 30만7496표)과 격차가 컸다. 최다관중 동원, 최고 인기팀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LG는 이날 외국인타자 잭 한나한을 내보내고 루이스 히메네스를 영입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코칭스태프도 개편했다. 서용빈 코치가 1군 타격 코치로 올라오는 등 1,2군 코치들이 자리를 바꿨다. 부진한 외국인투수 루카스도 사실상 시한부다. 대체카드를 놓고 진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다 바꾸겠다는 심정으로 벼랑끝에 섰다.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 6회 1사만루에서 한화 정근우가 2타점 적시타를 날리자 LG 양상문 감독이 유강남 포수를 조윤준 포수로 교체하고 있다.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6.14
LG의 표면적인 문제는 분명 부진한 두 외국인선수였다. 타팀 외국인선수들의 기여도에 비하면 부족했다. 외국인선수 교체는 늦은 감이 있지만 올시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구단의 의지표명이라면 환영할 수 있다. 이참에 본질적인 문제도 의지를 갖고 장기적으로 풀 필요가 있다. LG관계자들은 '부잣집 도련님' 얘기만 나오면 질색한다. '어딘지 모르게 겉멋이 들었다', '서울 깍쟁이' 등의 표현은 LG의 팀컬러처럼 통용되고 있다. '신바람 야구'는 90년대의 지난 추억일 뿐이다.


◇남발하는 볼넷, 편차가 너무 심한 LG 루카스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불과 2년전 정규리그 2위, 지난해 기적같은 포스트시즌 경험에도 불구하고 LG는 강팀이라는 이미지가 약하다. 지명도에 비해 선수들의 실력치는 낮고, FA나 트레이드 복도 없다. 똘똘한 신인이나 강력한 외국인선수를 잡아오는 안목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고위층의 야구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LG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는 말까지도 나온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선수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 프런트.

사실 LG팬들은 절실함과 적극성이 결여된 플레이를 보고 절망한다. 지더라도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본다면 이를 두고 욕할 이는 없다. 지난 9일 LG는 두산전에서 0-3으로 뒤진 2회말 천금같은 찬스를 잡았다. 4번 한나한부터 박용택 이병규까지 연속 3안타가 나왔다. 뛰는데 문제가 있는 한나한이 선두 주자였기에 3안타로도 득점은 없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양석환 유강남 황목치승이 두산 선발 유희관에게 3연속 삼진을 당했다. 유희관의 위기관리능력을 칭찬하는 것이 먼저겠지만 무기력한 LG타선, 속수무책 LG벤치. LG팬들은 속이 타들어갔다.

최선은 결과에 상관없이 매순간 자신이 가진 것을 남김없이 쏟아붓는 것이다. 흙투성이 유니폼과 진기가 증발된 듯한 얼굴을 두고 누가 손가락질 하겠나. 수년간 잘 다듬어져 언제라도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는 시스템의 삼성, 막상 부딪혀보면 쉽게 지지 않는 NC와 넥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듯한 기적의 한화. 이것이 됐든, 저것이 됐든 LG는 지금 이대론 안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