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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에 빠진 팀, 슬럼프가 장기화 조짐을 보일 때 흔히 나오는 게 1,2군 코칭스태프 개편이다. 구단과 감독이 상황 타개라는 명목하에 가장 쉽게 내릴 수 있는 조치다. 이때 반드시 등장하는 말이 '팀 분위기 전환'내지 '팀 분위기 쇄신'이다. 부진이 깊어질수록 구단, 감독 모두 코치진 수술의 유혹을 받게 된다.
사실 감독 입장에서 보면 실수를 자인하는 일이다. 명목상 코칭스태프 조각에 관한 권한은 감독에게 있다. 자신의 야구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선후배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해, 멀게는 마무리 캠프부터 전지훈련,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새 시즌을 준비한다. 시즌이 시작된 후에 구상과 다른 방향으로 팀이 흘러간다거나, 문제가 생겼다면 전적으로 감독 책임이다. 1군 코치의 2군 강등이 단순한 보직 변경이 아닌 특정 코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다.
여기에서 반드시 짚어봐야할 게 있다. 감독 뜻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구단 고위층의 의중에 따른 결정인지 여부다.
이 경우 코칭스태프 재편의 장단점을 떠나 후유증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감독은 팀 성적과 상관없이 보통 자기 사람인 코칭스태프를 안고 가고 싶어 한다. 구단의 입김 때문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보좌해온 측근을 놓게되면 동시에 나머지 선수단 전체의 신뢰를 잃게 된다. 팀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선수들은 구단 눈치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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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야구 관계자는 "우리 프로야구에서는 그동안 성적이 안 좋거나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책임을 지게 할 대상을 찾곤 했다. 내려가는 코치는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시즌이 끝나면 팀을 떠날 생각을 할 것이다. 시즌 중 코칭스태프 변화가 효과를 봤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1군 선수들은 코치의 지도가 아닌 관리가 필요하다. 부진의 원인을 찾아내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데, 먼저 사람을 건드리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김인식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은 코칭스태프 재편의 장단점을 얘기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감독은 "감독 시절에 2~3차례 시즌 중에 코칭스태프를 바꾼 적이 있는데, 돌아보면 크게 효과를 본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새 코치가 온다고 해도 특별히 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했다. 김 전 감독은 "1군 선수를 2군으로 내려보낼 때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코치를 시켜 통보를 하는 것 보다 감독이 직접 얘기를 해줘야 이해를 하게 되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다. 그만큼 신뢰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감독 출신 한 야구인은 "선수와 코치 간에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면 코칭스태프 개편이 단기적으로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선수단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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