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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야구팬들이 올해 한화 이글스 야구에 열광한다. "재미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는 김성근 감독의 '독한' 야구를 비난하면서도 가는 눈길을 막지 못한다. 욕을 하면서도 자꾸 보게 된다.
한화 홈인 대전구장엔 8회 마다 진심이 담긴 '육성응원'이 울려퍼진다. 한화 팬들은 최근 몇 년간 승리에 굶주렸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한화는 매경기 승부에 집착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스토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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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김성근 감독(73)이 솔선수범을 보인다. 최고령 감독이라고 뒷전으로 물러나 있지 않는다. 지난 12일 대전 LG전에선 문승훈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두고 잠깐이었지만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3-5로 추격한 3회 2사 주자 1,2루 상황에서 대타 김태완이 3구 삼진을 당했다. 문승훈 주심은 LG 투수 임정우의 3구째 커브를 스트라이크로 판정, 김태완이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다. LG 포수 조윤준의 포구 위치가 낮았다. 문승훈 주심은 포구 위치와 상관없이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고 봤다. 김성근 감독은 벤치에서 볼로 판단하고 득달같이 나와서 강하게 항의했다. 또 공수교대 시간에 한화 선수들이 바로 그라운드로 나오지 않아 3분 정도 경기가 지연되기도 했다.
야구팬들은 인터넷상에서 문승훈 주심의 그 판정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일부에선 문승훈 주심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한편에서 주심의 고유 권한으로 소신있게 봤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근 감독도 볼 스트라이크 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김성근 감독은 13일 "화가 많이 났다. 그렇게 했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다. 심판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이게 우리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하룻밤이 지고난 뒤에는 현실을 수긍하는 듯 보였다. 결국 한화는 연장 접전까지 간 그 경기에서 7대10으로 졌다.
김 감독은 자신이 승부처라고 생각하는 장면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김태완의 3구 삼진도 그렇기 때문에 강하게 항의한 것이다. 0-5로 끌려가다가 3점을 추격했고, 더 좁힐 수 있는 상황에서 볼 카운트 하나로 맥이 끊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팬들은 김성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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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의 스타일이다
한화 이글스는 작년 말 김성근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면서부터 많이 달라졌다. 지난 겨울을 혹독한 훈련으로 보냈다. 김성근 감독은 13일 현재 한화가 승률 5할에 플러스 4승으로 중위권 싸움을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많은 연습량을 꼽았다. 김 감독은 다른 팀들보다 질을 차지하고라도 양적으로 많은 훈련을 시켰다. 무더운 여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겨울에 훈련량이 많아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실전에서 싸울 준비가 된 선수들을 매우 일사분란하게 투입하고 조정한다. 준비 과정이 복잡하고 계산적이다. 김 감독은 여러 채널을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한다. 상대 투타 성적 같은 데이터는 물론이고 당일 컨디션, 전날 스윙 궤도 등을 보고 받은 후 종합적으로 선발 라인업을 짠다. 전문가들은 김 감독의 선수 운영은 테이터와 직감을 잘 섞은 것 같다고 말한다.
한화 경기는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대타가 많고, 또 수비 위치 변화도 잦다. 김성근 감독의 변화무쌍한 용병술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쓸 야수가 부족해서 투수 윤규진이 12일 LG전 9회 타석에 들어서기도 했다. 내야수 정근우가 외야 수비로 이동하기도 한다.
김성근 감독은 올해 62경기(13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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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표들은 김 감독이 경기 중간에 매우 빠르게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는 승부처라고 생각하면 경기 초반이라도 바로 대타를 투입하고, 선발 투수를 강판시킨다. 13일 LG전 4회, 최근 타격감이 좋았던 우타자 거포 최진행 대신 좌타자 고동진을 대타로 기용했다. LG 선발은 사이드암 우규민이었다. 고동진은 그 타석에선 중견수 뜬공에 그쳤지만 다음 타석에서 LG 좌완 윤지웅을 상대로 쐐기 3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한화가 8대1로 승리했다. 김 감독은 전문가들이 좀 빠르다고 생각할 정도로 한 박자 빨리 승부를 건다. 투수 교체도 그렇고, 대타 대수비 대주자도 상대 보다 빨리 가져간다.
그는 "득점을 한 이후에 바로 실점하면 안 된다. 우리가 득점했을 때는 무조건 다음 수비에서 실점을 막아야 한다. 반대로 우리가 실점했다면 다음 공격에서 바로 따라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승부사 김성근 감독에겐 매경기 승리하기 위해 모든 전략과 전술을 사용하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 그러다보니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안 나올 수가 없다.
대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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