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뭉친 엘롯기, 달갑지 않은 하향평준화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06-14 09:30


프로야구에서 '엘롯기'는 신조어가 아니라 점차 표준어가 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수년간 동반 추락을 하면서 '엘롯기(LG 롯데 KIA)'는 해당팀 팬들에게는 자조섞인 표현, 타팀팬들에게는 괄시(?) 차원을 넘어 동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재차 엘롯기가 뭉치고 있다. KIA가 최근 10경기에서 6승4패를 기록하며 5할승률에 복귀, 7위에 랭크돼 있지만 8위 롯데는 최근 5연패를 포함해 1승9패로 미끄럼틀을 탔다. 9위 LG는 워낙 힘겨운 5월을 보냈기에 최근 5승5패가 순위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막내 kt가 17승46패(승률 0.270)로 3할승률을 밑돌면서 부동의 꼴찌. LG와의 승차는 10.5게임. 사실상 엘롯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셈이다.


◇시즌 초반 롯데 마운드의 희망은 심수창이었다. 최근 심수창이 흔들리자 롯데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엘롯기의 하향평준화는 달갑지 않다. 메르스 여파로 대한민국 전역이 끙끙 앓고 있다. 프로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관중감소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팀 LG, 부산의 롯데, 광주의 KIA는 두터운 팬심 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도 원정 응원석이 붐비는 '전국구 구단'이다. 이들의 동반하락은 흥행 측면에서도 큰 아쉬움을 낳고 있다.


◇KIA 타선의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나지완은 최악의 슬럼프를 겪고 있고, 중심타선에서 역할을 해줘야 할 이범호 역시 타율이 0.214에 그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엘롯기는 자석처럼 붙어다닌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나마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팀은 LG였다. 올시즌을 앞두고 LG는 중위권 후보, 롯데와 KIA는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팀마다 약진은 있었지만 부진의 골이 너무 깊었다. LG는 외국인선수 한나한의 복귀가 늦었고, 베테랑 선수들의 줄부상이 큰 부담이 됐다. 5월 들어 추락을 거듭해 한달 넘게 9위에 머물고 있다. 롯데와 KIA는 한때 순위표 위쪽에도 이름을 올리곤 했지만 투타 불안정이 심각한 수준이다. KIA는 투고타저다.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4.46으로 1위 삼성(4.08), 2위 SK(4.20)에 이어 3위인데 팀타율은 0.258로 LG와 함께 공동 8위에 그치고 있다. 팀타율 꼴찌는 kt로 0.253이다. 침체된 방망이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던 마운드가 한순간 인내심을 잃으면 와르르 무너진다. 롯데는 반대 케이스. 팀타율은 0.277로 5위이고 팀홈런도 93개로 넥센(98개)에 이어 2위다. 문제는 마운드 특히, 불펜이다. 팀 평균자책점은 5.19로 8위다. 시즌 초반 마운드 운용 구상은 이미 흐트러졌다. kt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셋업맨 이성민도 최근 들어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대체 마무리였던 심수창도 4경기연속 실점을 하며 평균자책점이 4.33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 주중 kt와의 시리즈 3패는 불펜의 역전패 허용이 주원인이었다. 5월말까지만 해도 6차례 연속 위닝시리즈를 이어가며 좋은 흐름으로 6월을 맞았지만 삼성전 3전전패에 이은 KIA전 1승1패, 이후 5연패(kt 3연패, SK전 2연패)는 치명타였다. 그나마 KIA는 최근 들어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지만 엘롯기 동맹을 깰 정도의 특출함은 아직이다. 시즌은 반환점을 돌지 않았고, 진짜 승부처도 아직이라곤 하지만 지금 쌓이는 1패, 1패는 막판 순위싸움에서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부상 등으로 함께 뛸 기회조차 없는 LG의 베테랑 이진영과 이병규(9번).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3대10으로 패배한 후 LG 이진영과 이병규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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