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을 치르면서 몇 명의 선발투수가 마운드에 오를까. 대부분의 구단들이 5명의 선발로테이션을 쓰지만, 정확히 5명의 선발투수로 시즌을 운영하는 팀은 거의 없다. 선발투수의 갑작스런 부진이나 부상, 혹은 시즌 시작부터 5인 로테이션이 갖춰지지 않는 등 여러 이유로 새로운 선발투수, 혹은 임시 선발투수들이 마운드에 오르기 마련이다.
만약 5명만이 선발 마운드를 지킨다면, 시즌 전 구상했던 그림이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는 얘기가 된다. 올 시즌 5연속 통합 우승을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는 이러한 측면에서 가장 완벽한 '선발 야구'를 하고 있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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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선발투수 전원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좌완 에이스 장원삼이 4승(6패)을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이 6.83에 이르는 등 예년 같지 않은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피가로와 윤성환, 클로이드 모두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순항중이고, 차우찬 역시 4승2패 평균자책점 4.05로 풀타임 선발에 안착하고 있다.
10개 구단 중 이러한 팀은 없다. 두산과 한화, LG가 7명으로 뒤를 잇고 있고, 넥센과 SK, kt가 8명, NC는 9명, 롯데와 KIA는 무려 10명의 선발투수를 기용했다. 시행착오 없이 선발진을 운영중인 팀은 삼성 밖에 없다.
기록에서도 압도적이다. 삼성 선발투수들은 8일 현재 57경기서 344이닝을 소화하면서 28승15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중이다. 이닝과 승리, 평균자책점 모두 독보적 1위다.
삼성은 선발투수로서 기본적인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에서도 34회로 가장 앞서 있다. 2위 롯데와는 8개차. 최하위 한화는 퀄리티 스타트가 고작 11회에 불과하다. 또한 선발투수의 평균 투구이닝이 유일하게 6이닝을 기록중이다. 선발투수의 이닝당 투구수는 16.5개로 가장 적다. 적은 공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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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로와 클로이드는 역대 삼성 외국인 투수 사상 가장 완벽한 듀오를 이루고 있다. 현재 페이스면 둘이 합쳐 30승도 가능해 보인다. 류 감독 부임 후 외국인 투수들이 가장 많은 승리를 올린 건 지난 2012년의 25승(탈보트 14승, 고든 11승)이다.
매년 우승을 했지만, 외국인 선수 쪽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1년 15승(카도쿠라, 매티스, 저마노 각 5승), 2013년 10승(밴덴헐크 7승, 로드리게스 3승), 지난해 22승(밴덴헐크 13승, 마틴 9승)으로 사실상 국내 선발투수들이 팀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올해는 선발승 28승 중 절반인 14승(피가로 8승, 클로이드 6승)을 외국인 투수들이 해냈다. 류 감독은 적응을 잘 하고 있는 두 외국인 투수만 보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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