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에 한 번도 승엽이와 승부를 피해본 적은 없어요."
이승엽의 통산 400호 홈런, 가장 많은 피홈런을 허용한 투수는 누구일까. 바로 넥센 히어로즈의 최상덕 2군 투수코치다. 이승엽에게 총 7개의 홈런을 허용해 이 부문 단독 1위를 기록중이다. 94년 태평양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최 코치는 이후 해태와 KIA, LG, SK, 한화를 거쳤고, 2009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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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덕 코치는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는 "그래도 나름 승엽이와 승부를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했다. 내 기억에 한 번도 승부를 피한 적이 없다"며 웃었다.
이승엽이 대기록을 달성할 때 자신의 이름이 언급될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최 코치는 "사실 2003년에 56개의 홈런을 칠 때에도 내가 가장 많이 맞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에도 내 얘기가 나오겠구나 생각했다. 당대 최고 타자와 승부해서 맞은 것인데, 창피하거나 기분 나쁜 건 없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피홈런은 무엇이었을까. 최 코치는 "승엽이는 실투가 들어가면 놓치지 않았다. 제대로 던질 땐 안 맞았던 것 같은데, 실투는 항상 맞았다"며 "2002년 시즌 막판에 맞은 홈런은 아직도 기억에 난다"고 답했다.
최 코치가 기억하는 홈런은 2002년 10월 14일 대구 경기였다. 당시 그는 9회말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승엽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볼카운트 0B2S에서 바깥쪽 싱커를 던진 게 높게 들어가 홈런을 얻어맞았다. 최 코치가 이승엽에게 맞은 다섯번째 피홈런이자, 이승엽의 통산 267호 홈런이었다.
점수차가 1점차로 좁혀졌고, 최 코치는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그는 "그날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다. 결국 내 승리가 날아갔다. 2002년 전반기에 어깨가 아파서 빠졌다가 후반기에 복귀해서 9승을 했는데, 그 경기에서 승리를 올리지 못해 10승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최 코치는 데뷔 후 1994년, 2000년, 2001년, 2003년까지 총 4시즌에서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2002년에 이승엽에게 맞은 다섯번째 피홈런만 아니었다면,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할 수도 있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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