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내년도 희망 없다 [김 용의 돌직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6-03 10:29 | 최종수정 2015-06-03 10:30


kt와 SK의 2015 KBO 리그 kt와 SK의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20대6으로 패한 kt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6.02/

'노코멘트'

kt 위즈 조범현 감독은 2일 수원 SK 와이번스전 패배 후 인터뷰를 거절했다. 6대20 패배. 특히 마지막 9회초 선수들의 어이없는 플레이가 이어지며 8실점하는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조 감독의 인터뷰 거절은 시즌 1호였다. 올해 kt는 막내로서의 한계를 절감하며 지는 경기가 많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패배에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해 경기 후 공식 인터뷰를 거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아무리 크게, 아깝게 패해도 꼬박꼬박 경기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막내팀 감독으로서 팬들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SK전은 이런 조 감독에게도 적잖은 충격이었나보다.

10승43패. 승률 1할8푼9리. 트레이드 후 타선이 살아나며 승률 2할을 넘어 순항할 줄 알았다. 그런데 또다시 'kt병'이 도지며 연패의 늪에 빠졌다.

단순히 경기에서 지고, 성적이 나쁘다고 얘기를 꺼낸게 아니다. kt가 올시즌 엄청난 성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과 같은 그림을 대부분 예상했을 것이다. 문제는 져도 잘 져야 한다는 점이다.

SK와의 3연전 첫 번째 경기. 중반까지 대등한 싸움을 했다. 하지만 6-10까지 추격한 5회말 1사 만루 상황서 믿었던 테이블세터 하준호가 삼진, 이대형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그렇게 추격, 역전 찬스를 날리니 kt 선수들은 경기가 끝났다는 듯 중후반 이닝 무기력한 플레이를 했다. 시즌 초반 긴 연패에 빠졌을 때의 경기 패턴과 똑같았다. 물론, 찬스를 못살린 두 사람만을 욕할 수 없다. 4회초 8실점으로 상대에게 빅이닝을 헌납한 투수들을 생각하면 초반부터 김광현을 상대로 점수를 뽑으며 힘을 낸 타자들도 화가 난다.

이렇게 5회까지의 경기를 보면 투-타의 엇박자가 뼈아파 보인다. 물론 이는 전력상 한계다. 문제는 위에서 언급했 듯 분위기상 경기가 넘어가는 듯 하면 쉽게 포기해버리는 선수단 분위기다. 6-10 스코어. 프로 선수라면 4점을 따라가기 위해 어떻게든 기를 쓰고 플레이를 해야한다. 하지만 kt 선수들에게서 그런 투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6회말 중심타선인 박경수-김상현-장성우가 삼진-삼진-우익수 플리아. 그리고 7회말 문상철-김민혁-이지찬이 삼진-삼진-3루 땅볼로 물러났다. 이 중요한 두 이닝을 허무하게 써버리니 분위기를 바꾸는게 쉽지 않았다. 여기에 8회초 상대 베테랑 박진만에게 홈런을 얻어맞고 완전히 무너졌다. 이미 경기 분위기가 기운 9회 8실점을 했다. 지더라도 깔끔하게 져야 했다. 그래야 다가오는 경기를 그나마 나은 분위기 속에 준비할 수 있다. 또, 팬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성적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kt를 응원하기 위해 위즈파크를 찾은 수원팬들에게 부끄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마운드에 등판한 투수 심재민은 혼자 폭투 4개를 저지르며 한 이닝 최다 폭투 신기록을 세웠다. 백업 포수 이해창은 아마추어 수준의 블로킹으로 어린 투수를 흔들리게 했다. SK 타자들은 신이 나서 방망이를 돌리는데, 어느 베테랑 선수 하나 마운드에서 외로운 어린 후배를 돕는 모습이 없었다. 답답한 현실에 한숨만 푹푹 내쉬면, 상대방은 더욱 기가 살아 자신들을 밟아 누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kt는 사실상 내년 시즌 승부를 보기 위해 올해 첫 시즌을 치르고 있다. 올시즌 경험을 쌓아 NC 다이노스처럼 2년차 상위권 도약을 노려보겠다는 것이다. 시즌 종료 후 FA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전력을 보강할 수도 있다. 또, 내년까지 외국인 선수 4명을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 몇 명 들어온다고 해서 야구가 달라질 거였으면 이미 돈 많은 구단들이 몇 번씩 우승했을 것이다. 결국 지금 있는 주축 선수들이 내년에도 주축 역할을 해줘야 하고,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이 백업 선수로 무럭무럭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경기에 나간다고 경험이 쌓이고 실력이 느는 것은 절대 아니다. 승패를 잊고 경기하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뭐라도 배움이 있는 야구를 해야하는데, 현재 kt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경기장에 끌려나와 하기 싫은 야구를 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베테랑도, 트레이드로 합류한 새 식구도, 신예 선수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선수가 없으니 내가 죽기살기로 하지 않아도 결국 나를 쓰겠지'라는 생각을 선수 한두명이 하기 시작하면, 그게 선수단 전체에 퍼지고 팀 분위기가 망가지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NC만을 생각하며 '우리도 1군 2년차 때는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면 큰일 날 생각이다. 정신 차리고 내년 시즌을 위해서라도 더욱 독기를 품고,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어차피 내년에 또 상대해야 할 선수들이다. 그 선수들이 '저 팀은, 저 선수는 쉽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끝이다. 그리고 선수들 뿐 아니라, 이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근성있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하게 할 수 있을지 코칭스태프 및 프런트도 깊이 생각을 해야 한다. 결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게 할 동기부여는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몫이다. 프로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팀을 위해, 획기적인 시스템 변화까지 생각해볼 시점이 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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