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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이승엽(39)은 지난 31일 잠실 LG전에서 첫 KBO리그 통산 400홈런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이승엽 고의4구' 논란이 제기될 만한 승부가 나왔다.
팬들이 아쉬워하는 장면은 마지막 볼넷이다. 삼성이 9-3으로 크게 앞선 9회초 2사 주자 2루 상황에서 이승엽과 LG 사이드암 신승현이 맞대결했다. LG 포수는 백업 유강남이었다. 1루는 비어 있었다. 다음 타자는 박해민(좌타자)이었다.
이승엽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서 나갔다. 삼성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정면 승부를 피한 LG가 비겁했다고 본 것이다. 유강남은 바깥쪽으로 살짝 빠져 앉았다. 신승현은 유강남이 앉은 쪽, 즉 이승엽의 먼 바깥쪽으로 공 네개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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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기자들의 관련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할 것이다. 이승엽의 400홈런은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투수도 부담을 갖는다. 설령 볼넷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투수를 비난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
LG 구단은 벤치에서 신승현-유강남 배터리에게 이승엽과 정면 승부를 하지 말라는 사인을 내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민 LG 배터리 코치의 얘기를 들어봤다. "모두가 지켜보는 민감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피해라는 사인을 낼 수 있겠나. 그런 사인은 없었다. 유강남과 신승현에게 맡겼다. 경기를 마치고 그 장면을 살펴봤다. 팬들 입장에선 충분히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강남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유강남도 이승엽이 잠수함 계열 투수들에게 강하다는 걸 알고 있다. 유강남은 무조건 맞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1루도 비어 있고, 다음 타자는 상대적으로 잠수함 투수들에게 약한 박해민이다. 그래서 이승엽과는 어렵게 바깥쪽 승부를 계속 유도했던 것 같다." 신승현은 박해민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박해민은 올해 언더핸드스로 상대 타율이 9푼1리다.
유강남도 고의로 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몸쪽 승부를 하다가 제구가 안 되면 큰 타구가 오기 때문에 바깥쪽 꽉찬 공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유강남이 볼 배합을 몸쪽으로 한 번이라도 갔다가 다시 바깥쪽으로 갔더라면 팬들이 다르게 볼 수 있었다.
김정민 코치와 유강남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벤치의 사인없이 신승현-유강남 배터리에게 맡겼는데 신승현이 유강남의 리드대로 바깥쪽 꽉찬 공을 던지지 못해서 볼넷이 나왔다는 게 된다.
당시 이승엽 타석에서 LG 내야는 수비 시프트를 하고 있었다. 유격수가 2루 베이스 쪽으로 많이 움직였다.
LG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지는 않았다. 다수의 팬들은 논란의 장면을 두고 LG 구단 누가 어떤 설명을 하더라도 비겁한 승부를 했다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LG(9위)는 최근 팀 성적 부진으로 골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게다가 이승엽 대기록 달성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불똥'까지 맞고 말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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