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화 마운드에 생긴 두 가지 긍정 변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5-29 11:59


'선발 야구' 그리고 '권 혁 휴식'. 한화 이글스는 승리 이상의 소득을 얻었다.

악재 뒤에는 호재가 온다. 최근 팀의 주요 타자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공격력 저하 문제를 만난 한화가 꼭 그렇다. 타선이 약해지니 투수진에 긍정적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 KIA 타이거즈와의 주중 3연전(26~28일)이었다. 한화는 1패 뒤 2승으로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성과 자체도 훌륭했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 두 가지는 앞으로 한화 야구의 큰 변화를 예고했다.


◇한화 외국인 에이스 탈보트가 위용을 되찾았다. 28일 대전 KIA전에서 6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최고 경기를 달성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선발야구의 등장

한화의 시즌 초반 야구 스타일은 극단적인 '불펜 야구'였다. 김성근 감독(73)이 SK 와이번스 감독 시절(2007~2011)에 보여줬던 '벌떼 야구'의 재현. 하지만 당시와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퀵후크'의 남발과 안영명-박정진-권 혁의 반복 투입이다. 선발은 툭하면 5회 이전에 교체됐다. 안영명은 일주일에 세 번이나 선발로 나오기도 했다. 모두 2이닝 미만에 교체돼 투구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박정진-권 혁의 필승조는 '혹사 논란'에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많이 던졌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런 논란에 대해 "팀의 사정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나도 투수 한, 두 명만 쓰면서 선발 야구를 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 사정이 지금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사실 투수를 여러명 투입하고 싶어하는 감독은 없다. 투수 교체는 엄청나게 예민한 작업이다. 큰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결과에 따라 막중한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감독이든 가장 이상적으로 바라는 형태는 '완투승'이다. 막강한 선발이 1회부터 9회까지 책임지는 야구. 가장 완벽한 승리다.

그런 완벽함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선발이 6회 이상 버텨주면 감독들은 만족할 수 있다. 뒤의 투수 운용에 계산이 서기 때문. 한화가 모처럼 그런 야구를 했다. 27일과 28일에 각각 배영수와 탈보트가 선발의 임무를 완수했다. 배영수는 5이닝 4안타 3실점으로 승리를 따냈고, 탈보트도 6⅔이닝 무실점의 시즌 최고 호투로 역시 승리투수가 됐다. 두 명의 선발이 최소 5이닝을 버텨준 덕분에 한화는 불펜을 무리하게 가동하지 않고도 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김 감독은 "모처럼 편안하게 야구를 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29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릴 2015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사진은 한화 윤규진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3.29.
권 혁이 쉬었다

두 번째 소득은 바로 '권 혁의 휴식'이다. 시즌 초반 '한화 돌풍'의 8할은 바로 권 혁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권 혁은 무려 28경기에서 43이닝을 던지며 3승4패 9세이브 8홀드를 기록했다. 팀이 위기에 빠졌거나 반드시 이겨야 할 때 늘 권 혁이 등장했다. 한화 팬에게 권 혁은 '승리 전도사'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록 비난 여론 또한 빗발쳤다. 승리를 위해 김 감독이 지나치게 권 혁에게 의존한다는 것. "선수 생명을 담보로 승리를 따낸다"는 극단적인 지적까지 나왔다. 권 혁이 "그런 논란이 지겨울 정도다. 나는 괜찮고, 충분히 관리받고 있다"는 말까지 했지만, 이 또한 팀에 소속된 선수의 부자연스러운 발언으로 치부됐다. 김 감독은 그럴수록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러면서 오매불망 기다린 게 있었다. 바로 윤규진의 컴백이다. 사실 원래 김 감독의 계획에 권 혁의 혹사는 없었다. 시즌 초반 윤규진이 어깨 통증으로 장기 결장하는 바람에 권 혁에게 과부하가 걸린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윤규진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권 혁의 효율적인 등판 조절이 가능해진다.

결국 그 기다림이 성과를 냈다. 지난 23일 수원 kt 위즈전 때 1군 복귀전을 치른 윤규진은 다시 팀의 필승 마무리로서의 위용을 되찾았다. 26일 KIA전에서 1⅔이닝을 던지며 예열을 마쳤다. 비록 이 경기에서 4안타 4실점했지만, 김 감독은 "애매한 볼 판정이 아니었다면 주지 않았을 점수다. 구위 자체는 이제 1군 무대에서 통할 정도가 됐다. 앞으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바로 28일 경기에서 그 말을 입증했다. 이날 윤규진은 3-0으로 타이트하게 앞선 8회초 2사 때 나와 1⅓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4월2일 이후 56일만에 세이브를 따냈다. 권 혁은 자연스럽게 쉴 수 있었다. 27일 KIA전에서 1⅓이닝을 던졌을 뿐이다. 권 혁이 없어도 한화는 간발의 리드를 지킬 카드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바꿔 말하면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승리 전술이 늘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한화 야구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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