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야구' 그리고 '권 혁 휴식'. 한화 이글스는 승리 이상의 소득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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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시즌 초반 야구 스타일은 극단적인 '불펜 야구'였다. 김성근 감독(73)이 SK 와이번스 감독 시절(2007~2011)에 보여줬던 '벌떼 야구'의 재현. 하지만 당시와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퀵후크'의 남발과 안영명-박정진-권 혁의 반복 투입이다. 선발은 툭하면 5회 이전에 교체됐다. 안영명은 일주일에 세 번이나 선발로 나오기도 했다. 모두 2이닝 미만에 교체돼 투구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박정진-권 혁의 필승조는 '혹사 논란'에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많이 던졌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런 논란에 대해 "팀의 사정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나도 투수 한, 두 명만 쓰면서 선발 야구를 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 사정이 지금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사실 투수를 여러명 투입하고 싶어하는 감독은 없다. 투수 교체는 엄청나게 예민한 작업이다. 큰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결과에 따라 막중한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감독이든 가장 이상적으로 바라는 형태는 '완투승'이다. 막강한 선발이 1회부터 9회까지 책임지는 야구. 가장 완벽한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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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소득은 바로 '권 혁의 휴식'이다. 시즌 초반 '한화 돌풍'의 8할은 바로 권 혁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권 혁은 무려 28경기에서 43이닝을 던지며 3승4패 9세이브 8홀드를 기록했다. 팀이 위기에 빠졌거나 반드시 이겨야 할 때 늘 권 혁이 등장했다. 한화 팬에게 권 혁은 '승리 전도사'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록 비난 여론 또한 빗발쳤다. 승리를 위해 김 감독이 지나치게 권 혁에게 의존한다는 것. "선수 생명을 담보로 승리를 따낸다"는 극단적인 지적까지 나왔다. 권 혁이 "그런 논란이 지겨울 정도다. 나는 괜찮고, 충분히 관리받고 있다"는 말까지 했지만, 이 또한 팀에 소속된 선수의 부자연스러운 발언으로 치부됐다. 김 감독은 그럴수록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러면서 오매불망 기다린 게 있었다. 바로 윤규진의 컴백이다. 사실 원래 김 감독의 계획에 권 혁의 혹사는 없었다. 시즌 초반 윤규진이 어깨 통증으로 장기 결장하는 바람에 권 혁에게 과부하가 걸린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윤규진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권 혁의 효율적인 등판 조절이 가능해진다.
결국 그 기다림이 성과를 냈다. 지난 23일 수원 kt 위즈전 때 1군 복귀전을 치른 윤규진은 다시 팀의 필승 마무리로서의 위용을 되찾았다. 26일 KIA전에서 1⅔이닝을 던지며 예열을 마쳤다. 비록 이 경기에서 4안타 4실점했지만, 김 감독은 "애매한 볼 판정이 아니었다면 주지 않았을 점수다. 구위 자체는 이제 1군 무대에서 통할 정도가 됐다. 앞으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바로 28일 경기에서 그 말을 입증했다. 이날 윤규진은 3-0으로 타이트하게 앞선 8회초 2사 때 나와 1⅓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4월2일 이후 56일만에 세이브를 따냈다. 권 혁은 자연스럽게 쉴 수 있었다. 27일 KIA전에서 1⅓이닝을 던졌을 뿐이다. 권 혁이 없어도 한화는 간발의 리드를 지킬 카드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바꿔 말하면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승리 전술이 늘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한화 야구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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