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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앞에 서면 호랑이가 아닌 고양이같았다.
지난해 삼성은 상대 8개 팀 중 KIA전에서 최다승을 챙겼고, 2013년에도 그랬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에 삼성을 상대로 13승(6패)을 거둔 후 타이거즈에 라이온즈는 넘보기 어려운 견고한 벽이었다.
그런데 김기태 감독 체제로 팀 분위기를 일신한 올해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지난 22일 3연전의 첫날에 1대8로 패했을 때만 해도 고전이 예상됐는데, 23일 1대0, 24일 2대0으로 이겼다.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삼성을 상대로 2경기 연속 영봉승. 타이거즈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삼성의 2경기 연속 영봉패는 이번 시즌 처음이다. 올해 상대전적 3승3패다.
삼성전 위닝 시리즈도 특별했지만, 선발 투수들의 역투가 더 인상적이었다. 현재의 에이스와 미래의 에이스, 외국인 투수가 KIA 마운드의 힘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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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한화 이글스에서 이적한 유창식은 중간계투로 나서 구위를 시험했는데, 기대만큼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KIA 코칭스태프는 "아직까지 위축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유창식은 22일 이적 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 호투를 했다. 씩씩하게 던져 확실하게 존재감을 보여줬다. 불펜 부진, 타선 불발로 경기를 내줬으나 KIA는 미래 에이스 유창식의 잠재력을 재확인했다.
에이스 양현종은 23일 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고 시즌 4번째 승리를 따냈다. 이날 그는 한경기 개인 최다인 134개의 공을 던졌다. 최근 볼넷이 많아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2개만 내줬다. 에이스다운 책임감, 역투였다.
외국인 투수 조쉬 스틴슨은 24일 선발로 나서 8이닝 무실점 피칭을 했다. 스틴슨이 '이닝이터'로서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KIA 불펜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3연전 선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0.82. 22이닝을 던져 21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다. 하지만 아무리 투수전으로 흘렀다고 해도 3경기에서 4득점에 그친 공격력은 아쉽다.
선발 투수들의 호투를 앞세워 3년 11개월 만에 위닝시리즈를 만들어낸 KIA. 다음 경기에서도 선전한다면 '삼성 트라우마' 얘기가 쏙 들어갈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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