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km 광속구 KIA 한승혁 "박병호 선배와 맞대결 재미있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5-14 03:42 | 최종수정 2015-05-14 05:59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KIA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KIA 한승혁이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rtschosun.com / 2015.04.25.

KIA 타이거즈의 마무리 투수 윤석민(29)은 지난달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150㎞를 찍으면 옛날 구위를 찾은 기분이 들 것 같다. 올시즌 3년 만에 150km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12년까지 매년 150km가 나왔는데, 2013년부터 줄어든 스피드가 아쉽다고 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베테랑 투수 이정훈(38)은 프로 선수가 되면서 가슴에 새긴 첫 번째 목표가 "150km 직구를 던지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정훈은 프로 10년을 넘긴 2009년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에서 두 차례 150km를 던져 목표를 달성했다.

시속 150km 광속구. 투수들의 로망이다. 스피드와 제구력, 양손에 함께 쥐기 어려운 카드. 제구력을 최고 덕목으로 치지만 그래도 강속구의 매력만 못하다. 모든 투수가 한때 150km를 꿈꿨을 것이다.

KIA 중간투수 한승혁(22)은 넥센 히어로즈 조상우(21), kt 위즈 장시환(28)과 함께 올시즌 1군에서 꾸준히 150km를 던지는 투수다.

한승혁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8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지명됐다. 덕수고 시절 150km를 던지는 초고교급 투수로 이름을 알렸다. 1m85, 88kg 당당한 체구에서 강력한 파워를 뿜어낸다. 고교 졸업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KIA 유니폼을 입은 2011년 1월 수술대에 올라 첫해를 재활훈련을 하며 보냈다. 1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3루쪽 덕아웃에서 한승혁을 만나 150km에 얽힌 사연을 들었다.

150km는 자부심이다.

지난 주 한승혁은 서울 목동야구장 전광판에 시속 155km를 찍었다. 올시즌 잠실경기에서는 156km까지 나왔다. 스피드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다는데도 그랬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조금 놀랐다. 그게 전부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피칭을 한 후 돌아서서 전광판을 볼 때가 있는데, 스피드 수치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현재 팔 상태에서 어느 정도까지 구속이 나오나 알고 싶어서 볼 뿐이라고 했다.

지난해까지 한승혁은 공이 빠른 유망주, 딱 그 수준이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54경기(선발 6경기)에 등판해 1승6패1홀드, 평균자책점 6.73. 빠른 공을 갖고 있는 투수가 대부분 그런 것처럼 제구력에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올시즌 직구 제구력이 잡히면서 공략하기 어려운 불펜의 핵심 요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달 17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한승혁은 13일까지 11경기에 등판해 1패4홀드,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했다. 심동섭과 함께 필승 계투조로 뒷문을 지키고 있다. 13⅓이닝을 던져 8안타(1홈런) 4실점(3자책)을 기록했는데, 삼진이 17개다.

한승혁은 "투구 밸런스에 신경을 쓰면서 직구 제구력이 좋아졌다. 타자들이 나를 상대할 때 직구를 생각하는데, 직구 타이밍에 변화구를 던지면서 삼진을 잡으면 편하게 갈 수 있다. 많이 던지는 건 아니지만 포크볼과 슬라이더에 신경쓰고 있다. 두 구종 모두 지난해에 비해 좋아졌
넥센과 KIA의 2015 KBO리그 주말 3연전 첫번째 경기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KIA 한승혁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5.08/
다"고 했다.

한승혁에게 150km의 의미를 물었더니 "자신감이다"고 했다. 빠른 공만큼이나 씩씩한 대답이다. 그는 "몇 년 전에는 스피드에 대한 욕심 굉장히 많았다. 더 끌어올리려고 애썼다. 이제는 스피드보다 제구력에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덕수고 3학년 때 처음 150km를 던졌다고 했다.

스피드는 타고난다고 한다. 후천적인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자질이 있다고 해도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승혁은 "꾸준히 하다보니 지속적으로 던질 수 있는 근력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했다. 다소 싱거운 설명이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이전보다 투구폼이 간결해지고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해졌다"고 달라진 한승혁을 설명했다. 한승혁은 "볼넷이 많이 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박병호 선배와 대결, 재미있다.

지난 8일 히어로즈전 9회말 박병호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코스가 괜찮았는데, 박병호의 힘에 밀렸다. 이틀 뒤인 10일 다시 타석에 선 선배를 보고 한숭혁은 웃었다고 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박병호 선배가 최고의 타자이지만 지고 싶지 않았다. (이전 경기에서 홈런을 맞은 것에 대해)복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칼을 갈고 있었다"며 웃었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그는 "정말 있는 힘껏 공을 던진 것 같다"며 선배와의 대결이 재미있었다고 했다.

올시즌 박병호와 4차례 만나 홈런 1개를 내주고, 삼진 3개를 잡았다.

강속구의 백미는 상대 타자를 압도해 끌어내는 삼진. 한승혁은 그 짜릿한 쾌감이 좋다고 했다. 그는 "헛스윙 삼진보다 루킹 삼진을 잡았을 때 더 기분이 좋다. 그만큼 좋은 코스로 좋은 공을 던졌다는 의미가 된다. 루킹 삼진 때는 완벽에 가까운 공을 던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듬직한 구위만큼이나 배짱도 두둑하다. 마운드에서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다. 제구가 안될 때가 있지만 제구가 안 될 뿐이지 긴장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안 좋은 상황이 또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지금 좋지만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해 구체적인 올해 목표는 없다. 10홀드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구위에 비해 다소 소박한 목표로 들린다.

선발? 불펜이 재미있다

스프링캠프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선발 후보다. 전지훈련 기간에 선발을 준비했는데 옆구리 부상이 왔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할 수 없었다. 길게 던질 여건이 안 됐다. 이제 선발 욕심이 없다고 했다.


넥센과 KIA의 2015 KBO리그 주말 3연전 첫번째 경기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넥센 박병호가 9회말 KIA 한승혁의 투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솔로홈런을 날렸다. 홈인하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박병호.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5.08/
"보직에 상관없이 마운드에서 내 공을 던지면 된다. 투수라면 누구나 선발이 목표이긴한데, 굳이 선발을 안 해도 중간에서 팀에 도움이 된다면 만족한다"고 했다.

요즘 그는 중간계투의 매력에 빠져 있다. 지난해에는 이기는 상황, 긴박한 순간에 등판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데 올해는 꼭 막아줘야할 상황, 위기 때 자주 나서고 있다. 한승혁은 "몸이 좀 힘들더라도 중요한 상황에서 더 집중이 된다"고 했다.

시즌 첫 등판부터 강렬했다. 지난달 18일 히어로즈전에 나서 2⅔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았다. 최고 155㎞ 직구를 앞세워 히어로즈 막강 타선을 압도했다.

코칭스태프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볼넷을 줄이고, 공격적인 피칭, 몸쪽 승부를 강조했다. 한승혁은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서 던지니까 더 잘 되는 것 같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더 큰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배구스타 아들이 아닌 야구선수이고 싶다

널리 알려진대로 한승혁의 아버지는 한장석 전 대한항공배구단 감독이다. 오랫동안 스타 출신 아버지의 이름을 달고 다녔다.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지만 때로는 불편할 때도 있다고 했다.

한승혁은 "아버지가 운동을 잘 한 분이라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내 기사에 꼭 아버지 이름이 먼저 등장해 불편할 때도 있었다.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서 내 이름이 먼저 나오길 기도하고 있다"며 웃었다.

스타 운동선수 출신 아버지는 요즘 아들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프로 5년차가 된 아들이 알아서 잘 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한승혁은 "아마 내가 불편해할까봐 그러시는 것 같다. 많이 자고 잘 챙겨먹으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신경 많이 쓰고 있다. 얼마전 아버지에게서 '그래도 많이 좋아진 것 같다'는 애기를 들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고 했다.

지난해 3월 구단 숙소에서 나와 광주에 방을 얻었는데, 홈경기 때면 어머니가 내려와 음식을 챙겨주신다고 했다.

어린시절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해외진출에 대한 꿈이 있었다. 류현진을 보면서 가슴이 설레였다 한승혁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더 큰 목표를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풀 타임 첫해인 올해가 더 큰 목표를 향한 첫 걸음이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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