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괴력의 김상현, 조범현 감독 믿음에 보답하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5-10 03:47 | 최종수정 2015-05-10 07:10


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kt 3회 1사 3루에서 김상현이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1루에서 김민재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김상현.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5.08

역시 4번타자가 존재감을 드러내야 야구가 풀린다.

kt 위즈가 4연승을 달렸다. kt는 9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번타자 김상현의 역전 결승 투런포에 힘입어 3대2로 승리했다. 김상현의 시즌 8호 홈런. 이전 7개의 홈런을 치는 동안 팀은 계속 졌다. kt 관계자는 김상현에게 "형이 홈런을 치면 지니, 아예 한 경기 3개를 쳐달라"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는데, 김상현은 정말 중요할 때, 딱 한 방으로 그 징크스를 확실히 날렸다.

'언빌리버블' 홈런포, 김상현의 괴력

단순히 연승을 잇는 역전 결승포여서 의미가 있는게 아니다. 김상현의 위력이 제대로 입증된 홈런이었기에 가치가 있다.

김상현은 볼카운트 2B1S 상황서 상대투수 류제국의 몸쪽 공을 잡아당겨 담장을 넘기는 타구를 만들었다. 류제국의 실투가 아니었다.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이 예상된, 몸쪽으로 확실히 붙은 공이었다. 이 공을 짧은 스윙궤적으로 공략해냈다. 극단적으로 궤적이 줄어든만큼, 타구에 힘을 전달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상현의 괴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툭 맞은 것 같은 공이 쭉쭉 뻗어나갔다. 웬만한 타자라면 내야 플라이가 나올 상황이 홈런으로 변해버렸다.

그만큼 타격감이 올라왔다는 뜻. 전조가 있었다. 지난 5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1회초 탈보트를 상대로 선제 스리런포를 날렸는데, 정말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장쾌한 홈런이 나왔다. 미사일포가 발사되듯 빠르고 힘있는 타구가 포물선 없이 쭉쭉 뻗어나가는 모습에 대전 한화팬들은 탄성도 내지르지 못했다.

홈런 페이스는 나쁘지 않다. 다만, 2할5푼4리의 타율은 조금 더 끌어올려야 한다. 물론, 김상현에게 요구되는 것은 고타율보다는 4번타자로서의 힘이다. 1할6푼3리의 득점권 타율을 끌어올리는데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타율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조범현 감독 믿음에 보답하나


사실 김상현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의욕에 넘쳤다. KIA 타이거즈에서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 된 후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점점 야구에 대한 의욕을 잃어갔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조범현 감독의 부름을 받아 kt 유니폼을 입으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시즌을 준비했다. 개인적으로도 시즌 종료 후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FA 기회를 얻기에 간절함이 남달랐다.

하지만 개막전도 치르지 못하고 2군에 갈 뻔 했다. 페이스가 너무 좋지 않았다. 신생팀이라 선수 자원이 부족해 힘있는 타자가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99% 2군에 갔을 상황. 조 감독은 장고 끝 김상현을 끌어안았다. 찬스만 되면 방망이가 헛돌았지만, 흔들리지 않고 김상현을 꾸준히 중심타선에 배치했다.

4월 1달은 홈런 개수 빼고 모든 것이 부족했다. 하지만 5월 반전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트레이드와 선수들의 부상 복귀 등으로 타선의 짜임새가 갖춰지며 김상현에 쏠렸던 집중 견제가 풀어져 타석에서 한결 수월하다.

조 감독의 믿음에 김상현이 보답할 일만 남았다. 김상현은 KIA 시절이던 2009년에도 조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MVP 시즌을 만들었다. 물론, 조 감독에게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 타이틀을 선물했다.

김상현이 조 감독에게 확실히 보은하려면 단순히 야구만 잘하는데 그치면 안된다. 4번타자이자 덕아웃의 확실한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 아무래도 시즌 초반에는 FA 문제 등으로 인해 팀보다는 개인에 초점을 맞춘 야구가 됐다. 마땅한 리더가 없는 kt 팀 사정상 조 감독이 아쉬움을 드러낸 부분. 김상현이 NC 다이노스 이호준과 같이 중심타자로, 덕아웃 리더로 거듭난다면 조 감독의 고민은 단숨에 해결될 수 있다. 이호준이 40세가 가까운 나이에도 FA로 좋은 대접을 받고 NC에 갈 수 있었던 것, 야구 실력만이 아닌 리더로서의 역할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을 김상현은 알아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