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독들이 가장 바라는 경기전 구상은 선발투수가 7이닝을 버텨주고, 셋업맨이 8회, 마무리 투수가 9회에 경기를 안정적으로 끝내는 것이다. 주로 이기는 경기에 등장하는 필승조가 자주 모습을 드러낼수록 승리 기회는 많아진다. 그중에서도 마무리 투수는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기록(세이브)이 있기 때문에 세이브 상황에 주로 등장한다. 중간계투나 셋업맨들도 홀드가 있지만 세이브만큼 강렬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마무리투수는 강심장에 풍부한 경험을 전제로 불펜진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들이 맡는다. 올해는 이상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마무리 투수에 앞서 등판, 리드를 굳히는 셋업맨들이 더 강력한 경우가 많다. 원래 강한 셋업맨들이 있었지만 올해는 특히 이들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마무리투수의 집단부진과 선발투수들의 책임이닝이 줄어드는 등 여러 악조건이 맞물리면서 '셋업맨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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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강력한 셋업맨을 마무리로 돌리면 어떨까. 감독들은 손사래를 친다. 셋업맨으로 잘하는 선수들도 마무리가 되면 흔들릴 수 있고, 마무리의 중압감과 셋업맨의 그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선발투수들이 워낙 들쭉날쭉하고 경기 후반에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막판에야 나오는 마무리투수보다는 셋업맨을 더 자주 출격시킬 수 있다는 현실도 무시 못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