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명기의 어지럼증과 김용희 감독의 시름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5-05 13:41


SK 김용희 감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의 톱타자 이명기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5일 롯데전에 결장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딱 5월까지만 아파라."

5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앞두고 SK 와이번스 김용희 감독이 한숨을 내쉬었다. 4월부터 이어져온 부상자 발생이 5월 들어서도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이날 김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막 시작하려는 순간 김경기 수석코치가 다가왔다. 김 코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김 감독은 "명기가 어지럽다고 하네. 저번 공에 맞은 게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라면서 "오늘은 대타로도 내보내지 않을 것이다. 아프려면 5월까지만 딱 아팠으면 좋겠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이명기는 지난 2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왼손 심동섭의 공에 헬멧을 맞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경기 후 검진을 받은 결과 머리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지만, 후유증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날 이명기는 사직구장에 나와 러닝으로 몸을 푸는 과정에서 또다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출전이 힘들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김 감독은 "무리시킬 필요가 없다. 어지러운게 얼마나 갈 지 모르지만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이명기의 상태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SK 허재혁 트레이닝코치는 "어지럼증이 선수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 끝날 수도 있고 길어질 수도 있다. 이명기 선수가 그동안 데드볼을 맞은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KIA전서 맞을 때는 헬멧에 비껴 맞았는데 충격이 컸다"면서 "오늘도 숙소에서는 괜찮다고 했는데, 나와서 움직이니까 속이 매스껍고 어지럽다고 한다. 무조건 움직이지 않고 쉬는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명기가 6일 경기에 나설 지는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김 감독으로서는 당분간 붙박이 톱타자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브라운도 사구를 맞은 등쪽이 아직 완전치 않고 박재상도 마찬가지다. 부상자가 계속 나오니 5월에는 어떻게든 버티는 수 밖에 없다. 딱 5월까지만 아팠으면 좋겠다"고 했다.

브라운은 지난 1일 KIA전에서 선발 스틴슨의 공에 등을 맞고는 통증을 호소했다. 다음 날 김 감독이 쉬라고 권유했지만, 브라운은 출전을 강행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까닭이었는지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 중단됐다. 최근 종아리 근육 통증을 호소해 온 박재상은 상태가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감독으로서는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다. SK는 지난달 밴와트가 경기 도중 타구에 맞아 발목 타박상을 입어 로테이션에서 제외됐다. 선발진을 다시 조정했지만, 5선발 백인식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결국 로테이션에서 제외됐다. 다행히 밴와트는 이날 울산서 열린 롯데 2군과의 경기에 등판해 부상 후 첫 실전 테스트를 받았다.

김 감독은 "밴와트가 아무 이상이 없다면 10일 정도에 1군에 올릴 수 있겠지만, 역시 급하게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SK는 이명기 대신 박재상을 톱타자 좌익수로 기용했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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