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 감독의 결단, "나지완 일단 쉬어"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4-30 21:18


"지완아, 마음의 짐을 내려놓거라."


29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사진은 KIA 김기태 감독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29.
고민하던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선수에 대한 배려와 팀 성적 사이에서 김 감독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을 찾으려 했다. 부진에 빠진 팀의 4번타자 나지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던 김 감독은 결국 '선발 라인업' 제외를 결정했다. 그러면서도 혹여 나지완이 상처받지 않을까 우려해서 위로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30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오늘은 나지완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오늘의 4번은 최희섭"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대단한 파격이다. 한 번 믿음을 준 선수는 끝까지 뚝심있게 밀어주는 것이 바로 김 감독의 '형님 리더십'아니었나.


30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KIA 나지완이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30.
하지만 나지완의 부진은 이런 김 감독의 신뢰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개막전부터 4번을 맡았는데, 29일까지 1할7푼4리의 타율에 홈런은 1개 밖에 치지 못했다. 이런 부진이 계속될 때에도 김 감독은 굳건했다. "보통 중심타자는 적어도 100타석 이상은 꾸준히 믿고 지켜봐줘야 한다." 나지완이 부진에 허덕일 때 김 감독이 한 말이다. '100타석'이라는 단어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봐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그런데 나지완은 공교롭게도 100타석을 기점으로 결국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지속적인 외부의 관심에 계속 선수가 위축되는 것을 우려한 김 감독이 지난 29일 광주 한화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친 나지완을 경기 후반 교체했는데, 이때가 딱 '100타석'을 채운 시점이었다.

김 감독은 이와 관련해 "4번 타자의 짐을 당분간 덜어줄 생각이다. 오늘 면담을 했는데, 나지완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일단 선발에서 제외하고 경기 후반 대타로 기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김 감독은 "나지완은 캠프 때부터 매우 열심히 해줬다. 4번 타자에 대한 예우라는 게 있다. 그간 마음 고생이 심했을 텐데 이번 기회에 짐을 내려놓고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결국에는 나지완이 4번으로 돌아와야 팀이 강해진다"며 변치않는 신뢰를 표현했다.

비록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는 제외됐지만, 나지완은 8회말 선두타자 차일목 타석 때 대타로 등장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한화 필승 좌완 권 혁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과연 나지완은 언제쯤 '4번 타자'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김기태 감독의 수심은 깊어져만 간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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