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볼논란' 김성근 감독, "야구, 전쟁이 아니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4-13 11:18


김성근 감독, "야구, 전쟁이 아니다."

"잠이 제대로 왔겠나. 통 못 잤지."


1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2015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01.
의례적인 아침 첫 인사, "간밤에 잘 주무셨나"에 돌아온 답이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에게 12일 밤은 '불면의 시간'이었다. 이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는 '빈볼 시비'로 인해 김 감독은 또 다시 '구태 야구' '저질 야구'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야구는 전쟁이 아니다. 매너 있는 스포츠다. 이런 논란이 나오는 게 마음 아프다"라고 털어놨다.

김 감독이 이런 논란에 휩싸인 계기는 12일 경기에서 나온 빈볼 때문이다. 한화가 1-15로 뒤진 5회말. 황재균이 타석에 나왔다. 황재균은 이날 안타 2개와 2루타 1개, 사구 1개로 4번 출루한 인물. 특히 1회말 7-0에서 도루를 했다. 이 도루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관점의 차이에 따라 해석이 엇갈리는 행위다. 요즘같은 '타고투저'시대에 1회 6~7점 차이는 안심할 수 없으니 최선을 다해 공격에 임해야 한다는 시각. 그리고 그 정도로 점수차가 나 대세가 기운 상황에서 뛰는 게 예의에 어긋난다는 의견. 롯데는 전자의 입장, 한화는 후자의 입장이다.

결국 한화 투수 이동걸이 황재균에게 연속 3개의 몸쪽 공을 던진 끝에 3구째를 몸에 맞혔다. 흥분한 황재균이 마운드 쪽으로 가면서 양팀의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주심은 고의적인 빈볼을 던졌다며 이동걸을 퇴장시켰다.


9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KBO리그 삼성과 롯데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롯데 9회 2사 3루에서 황재균이 삼성 박근홍을 상대로 1타점 역전 적시타를 날렸다. 힘차게 타격하고 있는 황재균.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4.09
이에 대한 비난은 고스란히 김 감독에게 쏟아졌다. 이동걸의 빈볼이 김 감독의 지시 없이는 나올 수 없다는 것. 결국 김 감독이 고의적으로 이런 상황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어떻게 이런 상황을 설명할까. 김 감독은 밤새 잠을 뒤척이며 전날 사건을 되짚었다고 한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전날 빈볼,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가.


"투수(이동걸)의 제구가 잘 안돼서 1구, 2구 볼 다음에 맞은 거 아닌가.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김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뜨겁다. 상대 감독(롯데 이종운 감독) 역시 날이 선 발언을 했는데.

"그런 점은, 뭐랄까. 참 안타깝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상대 벤치에 대한 발언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야구는 전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매너를 갖춘 스포츠다."

-매너를 갖춘 스포츠라. 12일 경기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뜻인가.

"이 경기만이 아니고, 부산에서 3연전을 치르는 내내 예민하고 껄끄러운 면이 있었다. 이제와서 말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롯데와 분위기가 이상하게 뜨거워졌다. 후배 감독과도 그렇고. 전쟁이 아니지 않나. 앞으로 서로 매너있게 스포츠로 만나길 바란다."

-롯데와의 관계가 과열된 것이 우려되나.

"필요 이상으로 분위기가 험악해지면 서로 손해 아닌가. 야구팬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빈볼을 던진 투수 이동걸에 대한 우려의 여론이 크다. 힘겹게 1군에 올라온 투수가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그런 점에 대해서는 나 역시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동걸은 분명 1군 불펜에서 활용도가 큰 선수다. 이번 일로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기회가 많을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다. 있어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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