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스트리아 야구'가 화제가 됐다. '풍운아' 최향남이 오스트리아 세미프로리그에 진출하면서 '야구 변방'인 유럽에서도 나름 활발한 리그가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북유럽 그 중에서도 가장 북쪽, 아이슬란드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나라. 핀란드에서도 야구를 한다. 이민자들의 비중이 높지만, 그 곳에도 세미프로리그가 있다. 전문 선수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선수들이 뛰는 리그. 우리로 치면 사회인 야구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열정 만큼은 프로선수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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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인 한국을 찾은 그는 지난달 28일 목동구장을 찾아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개막전을 지켜봤다. 송진우와 정민철을 좋아해 빙그레 이글스 팬으로 시작한 그의 야구 사랑은 그를 핀란드에 야구를 뿌리내리고자 하는 '야구 전도사'로 성장시켰다.
이씨는 지난해 유러피안 챔피언십에 핀란드 국가대표로 참가했다. 사실 그는 선수로 뛴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핀란드로 유학을 간 뒤, 우연치 않게 접한 야구의 매력에 빠져 1부리그 팀 선수, 국가대표에 핀란드 야구협회 일까지 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까지 축구선수를 했던 이씨는 환경과 자연을 공부하고자 핀란드로 유학을 떠났다. 이역만리 타지에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유일한 낙은 바로 야구였다. 마침 고국에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릴 때면, 핀란드에선 점심시간이 시작됐다. 이씨는 "90년대 빙그레 팬으로 시작해 지금도 인터넷을 통해 프로야구를 꼭 챙겨본다. 거의 전경기를 보는 것 같다. 다행히 점심시간 때라 야구를 보기 좋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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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리그에서는 지난해 선수 출신으로 롯데 자이언츠 통역으로 활동한 하승준 코치를 시작으로 최향남까지 영입했다. 이들에게 급여나 숙소를 제공하며 야구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도 저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씨도 그 중심에 있다. 그는 "협회에서 기록원과 심판 클리닉도 개최하고 있다. 다른 나라나 유럽 연맹에서 강의할 분을 모셔오기도 한다. 나도 기록원과 심판 과정을 밟아 경기가 없을 때 기록원과 심판 쪽으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네덜란드나 이탈리아 정도가 그나마 야구 선진국이다. 나라별 격차가 크기 때문에 유러피안 챔피업십도 그룹을 나눠 경기를 펼쳤다. A그룹 상위팀에겐 올림픽 등 국가대항전 출전권을 주기도 한다.
이씨는 "유럽에서는 야구 자체가 큰 스포츠가 아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그래서 야구를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협회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다른 직업을 갖고, 보수를 받지 않고 하고 있다. 나도 박사과정을 마친 뒤에 협회에서 일하고 싶다"며 핀란드에 야구를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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