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개막전 포수는 김재현(22)이었다. 이름도 생소한 신인 선수. 김재현은 1군 데뷔전을 개막전에서 맞이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김재현은 박동원의 부상으로 개막전 포수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사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재현은 박동원과 함께 1군 포수 엔트리 두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다만 박동원이 시범경기 초반 주루플레이 도중 오른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입으면서 얼떨결에 '주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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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중 2군 배터리코치와 함께 3년간 기본기를 다졌다. 포수 경험이 없는 선수가 3년간 지도를 받는다고 변화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김재현은 그 과정을 견뎌냈다.
재능도 있었다. 박철영 1군 배터리코치는 지난해 말 대만 캠프에서 김재현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재현은 그렇게 김 코치와 박 코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스프링캠프에 전격 합류하게 됐다. 염경엽 감독 역시 포수진 구상을 수정했다. 박동원에 이은 '넘버2' 포수가 된 것이다.
박 코치는 김재현에 대해 "포수로서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말한다. 3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진 능력치고는 좋은 포수로서 자질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코치는 "포수는 3차원적이다. 경기 도중 봐야 할 게 너무나도 많다. 투수의 상태, 타자의 움직임, 야수들의 위치 등 순간적으로 판단할 게 많다. 단시간에 그걸 캐치한다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SK 와이번스에서 스카우트로 일할 때 고교생 김재현을 지켜봤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2군 코치로 있으면서 꾸준히 김재현을 봐왔다. 넥센으로 온 뒤 만난 김재현과 대화를 해본 박 코치는 김재현이 달라져있음을 느꼈다. 김재현은 박 코치에게 "제가 왜 좋은 투수가 아니었는지 알겠습니다"고 말했다. 포수로 뛰면서 단시간에 투수에게 유리한 볼배합 등에 대해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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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코치는 김재현에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 마라.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경험은 단시간에 원한다고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김재현은 다소 아쉬운 개막 2연전을 보냈다. 넥센은 한화에게 2경기 동안 총 6개의 도루를 허용했는데 이중 4개가 김재현의 도루 허용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재현이는 그런 걸 감안해서 쓴 것이다. 아직 신인은 신인이다. 더 잘하려 하니까 자기 것을 못 보여줬다. 수비력 하나는 인정받는 선수가 아닌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김재현에겐 모든 순간이 '경험'임을 강조했다. 그렇게 포수 한 명이 또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누구보다 "기회를 주셨으니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던 본인이 가장 아쉬웠을 것이다. 김재현은 "내가 못한 것"이라며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분주히 상대 타자 분석을 위해 비디오분석실로 향했다.
김재현의 프로 생활은 이제 시작이다. 첫 경험은 아픔이었을 지 몰라도, 여전히 그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재능 있는 선수다. 올 시즌 넥센 팬들에겐 성장하는 '포수 김재현'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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