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모건 외면'에 담긴 야신의 전략적 의도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3-23 10:05 | 최종수정 2015-03-23 10:05


길들이기? 괘씸죄? 모두 아니다. '야신'의 의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1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다. 경기 전 한화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3.19/
한화 이글스가 시범경기를 꼴찌로 마감했다. 성적이 큰 의미가 없는 시범경기지만, '꼴찌'라는 결과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 특히나 김성근 감독(73)을 새롭게 영입해 마무리캠프부터 스프링캠프에 이르기까지 혹독한 지옥훈련을 해 온 터라 아쉬움은 더 컸다. 주전 야수들이 대부분이 컨디션 난조로 제대로 뛰지 못한 점이 최하위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한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바로 한화가 야심차게 데려온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 영입 당시 모건은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모두 거친 개성넘치고, 실력도 있는 플레이어로 평가됐다. 때로 개성이 지나쳐 다혈질적인 모습도 보여준 적이 있어서 '예의'와 '팀워크'를 중시하는 김 감독과 어떤 호흡을 이뤄낼 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안타깝게도 모건과 김 감독의 '동행'은 결국 실패로 귀결되는 듯 하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두 번이나 2군행을 통보받았고, 시범경기 때는 특별한 부상이 없음에도 아예 1군 선수단에 합류조차 못했다. 2군 경기에 나서며 가끔 홈런이나 도루를 쳤는데, 그래도 김 감독의 반응은 시원치않았다. "모건이 그렇게 중요해? 좀 더 두고 봐야한다" 정도가 김 감독의 입장.

냉정히 말해보자. 이쯤되면 모건은 이미 김 감독이 구상하는 전력 리스트에서 지워졌다는 뜻이다. 김 감독의 스타일상 모건을 다시 중용하게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한화도 이미 일찌감치 미국에 스카우트팀을 파견해놓은 상태다. 사실상 '교체' 프로세스가 진행 중인 셈.

김 감독은 왜 모건을 이렇게 외면하는 것일까. 시범경기에서 한화의 화력은 미미했다. 그렇다면 한 번쯤 모건을 불러올려 타선을 강화해볼 만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때문에 '지나친 외인선수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일어난다. 또 모건이 스프링캠프 당시 돌출행동을 반복해 '괘씸죄'로 찍혔다는 분석도 있었다.


한화 이글스 외인타자 나이저 모건이 지난 2월21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경기 때 1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삼진을 당한 뒤 웃으며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하지만 김 감독이 모건에 관심을 끊은 건 단순히 그런 감정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여기에는 팀 전력 구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시범경기에 나온 김 감독의 발언에서 그런 고민을 유추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지난 8일 대전 LG전을 마치고 "송광민이 레프트로 가야한다. 레프트 송광민-센터 이용규-라이트 김경언이 현재 외야 베스트"라는 말을 했다. 11일에는 "송광민 김경언 이용규의 송구가 모두 잘 되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어 13일 대전 두산전을 마친 뒤에는 또 이런 말을 했다. "박노민은 이제 다시 포수만 한다. 조인성의 부상으로 포수가 부족한데다 송광민이 외야로 가며 틈이 사라졌다."


결국 이미 한화 외야라인에 모건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원래 김 감독은 이용규의 어깨 상태를 우려해 모건을 중견수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좌익수 김경언-중견수 모건-우익수 이용규'가 스프링캠프 초반에 구상한 외야 베스트였다. 그러나 모건의 기량이나 태도가 예상보다 좋지 않고, 이용규도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계획이 수정됐다.

송광민의 외야 전향이라는 변수도 생겼다. 송광민이 좌익수로 가면서 김회성의 활용도와 경기 후반의 다양한 선수 기용가능성이 동시에 커졌다. 지명타자 자리는 최진행에게 고정됐고, 여기에 페이스를 회복하고 있는 김태완이 향후 경쟁자로 나설 전망이다. 어쨌든 이미 외야의 기본 운용전략은 완성됐다. 만약 모건이 나온다면 이 전략을 밑바닥부터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현재 한화로서는 '외야수' 모건은 별로 필요가 없다.

여기에서 김 감독이 모건의 교체를 생각하는 진짜 이유가 나온다. 전력의 핵심인 정근우의 턱부상으로 인해 한화는 심각한 내야 불안 현상을 겪고 있다. 주현상 정유철 강경학 등 젊은 선수들이 발전해나가고 있지만, 아직 다른 팀 1군 베스트에 비하면 기량 차이가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에 트레이드를 통한 내야진 보강을 꽤 적극적으로 추진한 적도 있다. 그러나 팀간 이해관계 때문에 이 작업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현재 한화의 상황을 다각도로 따져보면 김 감독이 모건에게 관심을 끊은 진짜 이유에 근접할 수 있다. 감정적 요인과는 별도로 전략적으로 모건의 가치가 별로 없는 셈이다. 차라리 '2루와 유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내야수'로 교체하는 게 훨씬 팀에 이득이 된다. 향후 한화 스카우트팀도 이런 측면에서 대체 선수 리스트를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