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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롯데 자이언츠 손민한, 두산 베어스 박명환, 삼성 라이온즈 배영수 등이 마운드의 '트로이카'로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받은 적이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한화 이글스 류현진, SK 와이번스 김광현, KIA 타이거즈 윤석민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에이스 대결을 펼치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며 해외 진출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외국인 투수들의 득세로 마운드 판도가 바뀐 지금, 여전히 팬들은 토종 에이스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빅리그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한 이들은 시범경기를 맞아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하나같이 16~17승을 올렸던 전성기를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윤석민은 포항에 머물고 있는 팀에 합류해 10일 첫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42개의 공을 던진 윤석민은 직구, 커브, 슬라이더 등 자신의 모든 구종을 시험했다. 한국으로 넘어오기 전 미국 플로리다와 LA에서 개인훈련을 충실히 해온 터라 이날 불펜피칭은 무리없이 진행됐다. KIA는 이번 주중으로 윤석민을 실전 마운드에 올릴 계획이다.
전지훈련서 불펜피칭만 해 온 양현종은 시즌 개막에 맞춰 투구수와 구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양현종 역시 이번 주중 시범경기 첫 실전 등판을 할 예정이다. 첫 등판서는 2이닝, 이후 두 차례 등판에서는 각각 4,5이닝을 던지기로 했다.
이들 중 윤석민과 양현종은 지난 2011년 이후 2년만에 KIA 로테이션에서 한 조를 이루게 됐다. 사실 두 선수가 같은 해 동반 맹활약을 한 적은 거의 없었다. 타이거즈가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양현종이 12승, 윤석민이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9승, 7세이브를 거둔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2010년 양현종이 16승을 올리며 에이스로 떠오를 때 윤석민은 부상에 시달리며 6승에 그쳤고, 2011년 윤석민이 17승을 따내는 동안 양현종은 기복에 시달리며 7승에 머물렀다. 2013년 윤석민은 3승, 양현종은 9승을 각각 기록했다. 윤석민이 미국으로 떠난 지난해 양현종은 16승8패, 평균자책점 4.25로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KIA가 기대하는 토종 원-투 펀치의 부활, 분명 볼만한 관전포인트다.
지난해 173⅔이닝을 던지며 모처럼 풀타임을 소화한 김광현은 17승을 따냈던 2010년의 기세를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그의 올시즌 목표는 200이닝이다.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200이닝 이상을 던진 적이 없는 김광현은 오키나와 전훈 캠프때 "200이닝을 하면 승수와 평균자책점은 저절로 따라온다. 팀성적도 자연스럽게 올라가지 않겠는가"라고 한 바 있다.
세 투수 모두 현재 몸상태는 좋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다. 이들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신 트로이카' 체제를 열어젖히기를 기대해 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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