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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들의 잦은 캠프이동, 어떤 효과를 낼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3-01 17:34


"비상인데, 남들하고 같을 수 있나."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 그리고 마츠야마.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한화 이글스 1, 2군 선수단이 훈련을 진행한 장소다. 1월 15일부터 2월초까지 1차 캠프를 고치에서 진행한 뒤 2차 캠프를 오키나와에서 진행 중이다. 거의 마무리가 다 됐다. 한화 선수단 본진은 3일에 귀국한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오준혁에게 공을 띄워주며 타격 지도를 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하지만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나온 한화 선수단의 행보는 대단히 분주하고 기민했다. 서산 2군 훈련장과 고치, 그리고 오키나와를 마치 서울에서 대전을 오가듯 움직여다녔다. 선수들이 수시로 이쪽 훈련지에서 저쪽 훈련지로 옮기며 훈련을 했다. 캠프 종료 3일 전인 2월28일에도 일부 선수들이 오키나와에서 마츠야마로 이동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김성근 감독과 10명의 투수들이 스프링캠프 귀국을 3일 미루고 훈련을 연장했다.

말 그대로 '정신없이' 돌아다닌 선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 나이저 모건의 경우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뒤 1월25일에 고치 캠프에 합류했다가 2월 2일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서산 2군 캠프에서 몸을 다시 만들라는 김 감독의 지시가 있었다. 그렇게 한창 몸을 만들던 모건은 지난 2월15일 이정훈 감독 및 2군 선수단과 함께 일본 마츠야마의 2군 스프링캠프로 떠났다. 마츠야마는 1월 중순 한화 1군이 스프링캠프를 차렸던 고치시에서 차로 2시간 가량 걸리는 도시다.

그러다가 2월20일 아침에 마츠야마에서 다시 오키나와로 왔다. 김 감독이 불러왔다. 2군에서 몸을 잘 만들었다는 보고를 들은 김 감독은 실전 연습경기에서 모건이 공수에 걸쳐 어떤 활약을 할 수 있는 지 보고싶어 했다. 하지만 모건의 활약은 눈에 띄지 않았다. 곧바로 오키나와 합류 다음날인 2월21일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나온 모건은 2타수 무안타에 1사사구만을 남겼다. 아직은 실전 감각이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 결국 모건은 또 짐을 싸야 했다. 오키나와 캠프 합류 나흘만인 2월24일 마츠야마로 돌아갔다.

계산을 해보면 모건은 1월 하순부터 2월 하순 사이 약 한 달간, 미국→한국→일본(고치)→한국→일본(마츠야마)→일본(오키나와)→일본(마츠야마)을 옮겨다닌 셈이다. 비행기를 7번이나 탄 빡빡한 일정이다.

그런데 이건 이번 한화 스프링캠프에서 그리 이상한 상황은 아니다. 유명 선수거나 무명 선수거나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수시로 비행기를 타고 훈련지를 바꾸는 일이 잦다. FA로 영입한 베테랑 배영수도 지난 1월15일 한국에서 고치 캠프로 갔다가 3일 만에 오키나와 재활캠프로 이동한 뒤 다시 고치로 돌아와 훈련을 하고 현재 오키나와 캠프까지 동행한 상황이다. 다른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비행기를 서너번 이상 탄 선수는 수두룩하다.

이런 선수들의 잦은 캠프지 이동에 대해 외부에서는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자칫 너무 자주 훈련장소를 바꾸면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하지만 정작 한화 선수들과 김 감독은 이런 우려의 시각에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단지 선수들은 조금이라도 김 감독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캠프지 이동 명령'을 듣지 않고 싶어할 뿐이다.


그렇다면 왜 김 감독은 이렇게 복잡한 스케줄로 팀을 이끌어갈까. 옮겨 다니는 선수나, 이동 항공편을 구해야 하는 프런트도 힘들지만, 가장 매일 야간 훈련까지 지도하고 와서 선수들의 이동 계획을 짜는 김 감독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2월23일 팀의 스프링캠프가 마련된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 관중석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예상보다 선수들의 기량 발전이 느려 고민이 많은 김 감독이다.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매일 야간 훈련을 마친 뒤 밤 10시가 넘어서야 늦은 저녁을 먹는 김 감독은 새벽까지 책상에 앉아 선수단 명단을 눈앞에 두고 다양한 그림을 그린다. "이 아이를 여기다 쓰면 어떨까". '저 선수가 빠졌을 때는 누구로 그 자리를 메울까'. '오키나와 재활캠프에 있다는 아이들은 얼마나 준비가 된 상태일까'. 고민을 거듭하다 새벽녁에야 겨우 잠이 든다.

김 감독은 이렇게 힘든 작업을 한 달 보름간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매일같이 해왔다. 실제로 맡고보니 한화 선수들의 보완점이 너무나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픈 선수가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그냥 놔두면 훈련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평상시의 훈련 패턴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선수들을 수시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몸상태와 훈련 태도 등이 캠프 초반, '재배치'의 기준이었고, 후반에는 실전테스트와 컨디션 조절 등이 주요 목적이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선수들에게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훈련 효과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선수들은 김 감독의 눈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더 이를 꽉 깨물고 뛴다.

이렇게 복잡했던 캠프지 수시 재배치의 효과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한화 내부적으로는 일단 김 감독의 방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캠프 운용이 김 감독의 의도대로 한화를 강하게 만들었는지는 실제 시즌에서 나타날 듯 하다. 과연 한화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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