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쳐도 되겠어. 괜찮더라고."
원래 베테랑을 중용하는 스타일이지만, 예상을 훨씬 웃도는 반응이었다.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73) 감독이 베테랑 포수 조인성(40)의 화력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고치 스프링캠프의 페이스가 계속 유지된다면 올 시즌 중심타순으로 전격 기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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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와중에서 김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든 인물이 여럿 있다. 김 감독은 "좋아진 아이들이 몇 명 보인다. 훈련의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이에 해당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젊은 선수들이다. 김 감독은 이들을 '한화의 미래'라고 부른다. 내야수 김회성, 강경학을 비롯한 몇 명의 후보군이 있다. 이들은 아직까지는 '미생'들이다. 김 감독의 칭찬에는 좀 더 분발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완생'의 칭찬을 받은 인물도 있다. '불혹의 포수' 조인성이다. 코치를 맡아도 될 나이에 여전히 현역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조인성은 이번 캠프의 대표적인 모범생 중 하나다. 지난해 말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부터 이어진 철저한 몸관리와 성실한 훈련으로 최적의 몸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단단한 근육은 20대를 방불케 한다.
준비와 노력은 실력으로 나타난다. 조인성은 5번의 자체 홍백전에서 매 경기 출루를 기록했다. 1~4차전까지는 연속 안타를 날렸고, 3일에 열린 5차전에서는 희생번트와 볼넷을 기록한 뒤 교체됐다. 타율은 4할(15타수 6안타)에 이른다. 6개의 안타 속에는 홈런도 1개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삼진이 단 1개도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자체 평가전에 등판한 한화 투수들이 대부분 1.5군급이긴 해도 삼진을 1개도 안당했다는 건 조인성의 선구안이 그만큼 날카로워졌다는 뜻이다. 타석에서의 참을성과 노림수도 한층 좋아진 결과다. 팀배팅 능력의 향상도 이 안에 포함돼 있다.
김 감독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이다. 김 감독은 "조인성이 무척 좋아졌다. 홍백전에서 치는 것을 보니까 위에서 치게 해도 될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위에서 친다'는 건 타순의 상향 조정을 의미한다. 하위 타순이 아니라 중심 타순에 배치해도 충분히 제 몫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있다.
사실 조인성은 상당한 타격 능력을 가진 타자다. 장타력이 있다. 체력 소모가 심한 포수로서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LG 소속이던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날렸다. 특히 2010년에는 전경기(133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3할1푼7리에 28홈런 107타점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 시즌을 보냈다. 이때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포수 한 시즌 100타점 돌파'기록도 달성했다. 조인성은 이번 캠프에서 "2010년의 모습을 되찾는 게 목표"라며 이를 악물고 뛴다. 과연 조인성이 2010년의 페이스를 회복해 올해 한화 중심타순에서 활약하게 될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