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고치)는 재활 훈련지가 아니다."
더불어 "준비를 잘 해서 (캠프에) 합류하라"는 김 감독의 지시도 있었다. "준비를 잘 하라"는 말은 곧바로 본격 훈련을 소화할 정도로 컨디션을 만들어 오라는 의미다.
|
반면 FA 듀오인 배영수와 송은범은 17일 오전에 '오키나와 재활캠프행'을 통보받았다. 이들도 각각 태국과 사이판에서 12월에 강도높은 개인훈련을 소화한 뒤 캠프에 합류했다. 캠프 합류 후 곧바로 약 80개의 불펜피칭을 해낼 정도로 몸상태가 괜찮은 듯했다. 하지만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했다. 불펜 피칭 이후 러닝 과정에서 종아리와 무릎 근육쪽에 통증이 생겼다. 하체 근력이 완전하지 않다는 증거. 그냥 넘어간다면 부상이 커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아예 따뜻한 오키나와 재활캠프에서 통증을 없애고, 내구성을 좀 더 가다듬은 뒤 메인 캠프에 합류하라는 통보를 한 것이다.
|
이 모든 결정이 캠프가 시작된 지 불과 사흘만인 17일에 벌어졌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이름값이나 과거의 실력이 아닌 오직 '지금의 상태'만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 기준에 못 미치면 가차없이 짐을 싸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각자의 상태에 맞는 곳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단히 냉정하고 단호한 결정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여전히 뜨겁기만 한 김 감독의 열정이 담겨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배영수나 송은범의 경우 심각한 부상은 아니다. 며칠 더 지켜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의 결정은 빨랐다. 지켜보는 게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 한시라도 빨리 재활 챔프에 합류시키는 게 팀이나 개인에게 모두 이득이라고 여긴 듯 하다.
'파격'을 선택하는 데 전혀 망설임이 없다. 조금이라도 팀을 위해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면 주저하지 않는다. 보통 열정이 아니고서는 쉽게 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김 감독이 70대를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현역으로 각광받는 건 바로 이런 열정때문이다. 현재의 한화를 위로 이끌어올리려면, 망설일 시간이 없다는 게 김 감독의 판단이다. 더욱 훈련의 효율성에 집중하는 이유다.
김성근 감독 파격적인 결단과 냉정한 카리스마는 결국 용광로처럼 뜨거운 야구에 대한 열정에서부터 나오는 듯 하다. 냉정과 열정의 조화, 김 감독의 파격은 바로 그 사이에서 힘을 얻는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