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개인훈련 성과에 희비엇갈린 한화군단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1-18 05:59


한화 이글스가 17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에서 2015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의 런닝을 지켜보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58명, 총 81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후 2월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1.17/

"여기(고치)는 재활 훈련지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한화 이글스의 간판급 선수들을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시상식 등 공식 행사가 많았지만,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통화조차 어려운 선수도 있었다. 적지 않은 간판 선수들이 해외로 개인 훈련을 떠났고, 국내에 남은 선수들도 촘촘한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화 선수들이 12월에 개인 훈련에 매달린 이유는 오직 하나. 1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 때 베스트의 컨디션으로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를 통해 김성근(73) 감독의 강도높은 훈련을 경험한 선수들은 알아서 뛰고 또 뛰었다. 제대로 몸을 만들어두지 못한다면 스프링캠프를 정상적으로 완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

더불어 "준비를 잘 해서 (캠프에) 합류하라"는 김 감독의 지시도 있었다. "준비를 잘 하라"는 말은 곧바로 본격 훈련을 소화할 정도로 컨디션을 만들어 오라는 의미다.


한화 이글스가 17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에서 2015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훈련 전 선수들이 워밍업을 하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58명, 총 81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후 2월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1.17/
지난 15일부터 일본 고치에서 본격적으로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자 개인 훈련 성과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몸을 제대로 만들어 온 선수들은 곧바로 강도높은 훈련을 무리없이 소화하면서 올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반면, 개인훈련을 충실히 소화하지 못한 선수들은 벌써부터 '캠프지 변경' 지시를 받았다. 심지어 영 상태가 나빠 '조기 귀국' 통보를 받은 선수도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몸을 잘 만들어왔다. 베테랑 조인성이나 정근우, 그리고 FA로 영입한 권 혁은 힘들어하면서도 김 감독의 훈련을 꿋꿋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특히 '캡틴' 김태균이 돋보인다. 지난해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부터 김 감독 특유의 훈련을 완벽하게 소화한 김태균은 12월에는 사이판으로 건너가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특유의 성실함과 강한 책임감을 앞세워 개인 훈련을 제대로 해온 듯 하다. 김정준 한화 전력분석코치는 "타자들 중에서는 가장 준비를 잘 해온 듯 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FA 듀오인 배영수와 송은범은 17일 오전에 '오키나와 재활캠프행'을 통보받았다. 이들도 각각 태국과 사이판에서 12월에 강도높은 개인훈련을 소화한 뒤 캠프에 합류했다. 캠프 합류 후 곧바로 약 80개의 불펜피칭을 해낼 정도로 몸상태가 괜찮은 듯했다. 하지만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했다. 불펜 피칭 이후 러닝 과정에서 종아리와 무릎 근육쪽에 통증이 생겼다. 하체 근력이 완전하지 않다는 증거. 그냥 넘어간다면 부상이 커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아예 따뜻한 오키나와 재활캠프에서 통증을 없애고, 내구성을 좀 더 가다듬은 뒤 메인 캠프에 합류하라는 통보를 한 것이다.


한화 이글스가 17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에서 2015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의 런닝을 지켜보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58명, 총 81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후 2월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1.17/
그런가하면 투수 김광수는 아예 '귀국'을 통보받았다. 김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준비가 제대로 안됐다"고 짧게 답했다. 배영수나 송은범과는 조금 다른 케이스로 보인다. 부상이나 통증은 없다. 결국 개인 훈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김 감독의 기준에 미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모든 결정이 캠프가 시작된 지 불과 사흘만인 17일에 벌어졌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이름값이나 과거의 실력이 아닌 오직 '지금의 상태'만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 기준에 못 미치면 가차없이 짐을 싸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각자의 상태에 맞는 곳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단히 냉정하고 단호한 결정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여전히 뜨겁기만 한 김 감독의 열정이 담겨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배영수나 송은범의 경우 심각한 부상은 아니다. 며칠 더 지켜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의 결정은 빨랐다. 지켜보는 게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 한시라도 빨리 재활 챔프에 합류시키는 게 팀이나 개인에게 모두 이득이라고 여긴 듯 하다.

'파격'을 선택하는 데 전혀 망설임이 없다. 조금이라도 팀을 위해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면 주저하지 않는다. 보통 열정이 아니고서는 쉽게 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김 감독이 70대를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현역으로 각광받는 건 바로 이런 열정때문이다. 현재의 한화를 위로 이끌어올리려면, 망설일 시간이 없다는 게 김 감독의 판단이다. 더욱 훈련의 효율성에 집중하는 이유다.

김성근 감독 파격적인 결단과 냉정한 카리스마는 결국 용광로처럼 뜨거운 야구에 대한 열정에서부터 나오는 듯 하다. 냉정과 열정의 조화, 김 감독의 파격은 바로 그 사이에서 힘을 얻는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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