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팀이든 특정 투수와 천적 관계를 이루는 경우가 있다. 이상하게 특정 투수만 나오면 타자들이 힘을 못쓰는 것.
통합 4연패의 위업을 이룬 삼성 라이온즈에게도 뛰어넘지 못하는 높은 벽이 있다. 바로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다. 니퍼트는 지난 2011년부터 두산에서 뛰었다. 올해까지 5년째 뛰게 됐다. 지난 4년간 107경기에 등판해 52승27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한 에이스다.
박한이가 3할6푼8리(44타수 17안타)로 강한 면모를 보이는데 최형우(0.204) 박석민(0.200) 이승엽(0.178) 김상수(0.146) 채태인(0.133) 등 삼성의 주축 타자들은 대부분 니퍼트의 공을 제대로 치지 못했다.
니퍼트도 약한팀이 있다. 넥센에 2승5패, 평균자책점 6.42로 나빴고, SK에도 4승7패로 좋지 않았다.
유독 삼성 선수들이 니퍼트에 약한 이유가 있을까.
삼성 박석민과 김상수는 니퍼트의 재계약에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는 않았다. 박석민은 "리즈는 떠났는데 니퍼트는 또 남았다"라며 니퍼트와의 대결에 약간의 걱정을 드러내기도.
자신감의 차이가 큰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박석민은 "자신감이라는 것을 정말 무시못한다. 타석에서 이기고 들어가느냐 지고 들어가느냐의 차이가 크다"고 했다. 즉 경기가 계속 되면서 계속 이긴 니퍼트의 자신감은 높아지고 못친 삼성 선수들의 자신감은 떨어졌다는 것. 2m3의 높은 키에서 내리 꽂는 강속구가 다른 선수들의 공과는 다르다는게 박석민의 얘기다. 박석민은 "낮은 공은 상관없는데 높은 공이 문제다"라며 "분명 높은 스트라이크 같아서 휘두르면 공이 위로 뜨면서 헛스윙이 된다. 전력분석에서 참아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경기에선 그렇게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김상수도 니퍼트에 대한 부진에 자신감으로 설명. 김상수는 지난해 니퍼트에 15타수 1안타로 약했다. 김상수는 "니퍼트 공을 잘치는 팀도 있던데 이상하게 우리는 못친다"면서 "니퍼트가 우리에게 강하다고 생각하니 더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오고 반대로 우린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라고 했다.
박석민은 과감하게 상대하기로 했다.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방망이를 내야할 것 같다"면서 "제구력이 나쁜 투수는 아니기 때문에 나쁜 생각을 하지말고 자신있게 돌리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상수 역시 다른 마음가짐을 말했다. 김상수는 "이제는 어차피 못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마음을 먹고 타석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면서 "매년 당했는데 올해만큼은 달라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두산은 FA 장원준을 영입하며 선발을 강화하며 우승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5년 연속 챔피언을 노리는 삼성으로선 두산은 꼭 잡아야할 팀이고 니퍼트는 꼭 넘어야할 산임엔 틀림없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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