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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코앞에 둔 넥센 히어로즈 유격수 강정호(27)를 만났다. 2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넥센 구단은 20일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포스팅 최종 응찰액을 수용했다. 최종 응찰액은 500만2015달러(약 55억원). 구단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500만달러는 역대 포스팅을 신청한 아시아 선수 중 10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야수로는 3위에 해당된다. 500만달러는 김광현(SK)의 200만달러, 양현종(KIA)의 150만달러(추정)와 비교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돈 보다 가서 잘 하는게 중요하다
강정호의 표정은 당당했다. 평소에도 긴장하지 않는 편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은 어릴 적 꿈이었다. 큰 꿈을 이루기 직전이지만 흥분된 기색은 없었다. 지금 당장 만질 수 있는 돈 보다 잘 하고 싶다고 했다. 500만달러라는 얘기를 듣고 "아, 이제 미국으로 가는구나. 돈은 만족한다. 연봉도 협상을 해봐야 알겠지만 금액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꾸준히 기회를 줄 수 있는 팀,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정호도 아직 협상할 팀을 알지 못해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 출신 야수가 빅리그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트리고 싶다고 했다. 협상을 잘 마칠 경우 강정호는 국내프로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거가 되는 첫 번째 야수로 기록된다.
유격수로 시작하고 싶다
강정호는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고 싶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선 강정호의 포지션 변경 가능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는 "팀 사정상 포지션을 옮겨야한다면 2루수 보다 3루수가 낫다. 3루가 더 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이저리그에서 타구의 속도가 빨라서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적응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강정호는 "타구의 질은 적응하기 나름이다. 꾸준히 나간다면 적응할 것 같다. 성공 여부는 솔직히 아직 모르겠다. 이번 겨울에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믿고 쓸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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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과의 회동
강정호는 넥센이 포스팅 금액을 수용한 20일 동갑내기 친구이자 메이저리그 선배 류현진(LA 다저스)을 만났다. 류현진은 2년전 포스팅을 통해 LA 다저스와 계약, 선발 투수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강정호는 류현진과 나눈 얘기를 공개했다. "다저스에 갔으면 좋겠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다. 맞대결하면 무조건 직구를 던지라고 얘기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칠만하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그건 자기 기준이다. 상대 투수들이 류현진에게는 직구만 던져주니까."
강정호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자기 생각 보다 류현진이 잘 해주었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멘탈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정호는 자신 보다 류현진의 멘탈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나는 생각이 많은데 류현진은 생각이 없는 거 같다." 이게 강정호가 밝힌 류현진의 멘탈이 강한 이유다. 강정호는 자신의 멘탈에 대해 악성 댓글도 즐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아버지와 첫 해 목표
강정호는 솔직히 야구선수로 메이저리그에 갈 줄은 몰랐다고 한다. 아버지(강성수씨)가 줄기차게 어릴 때부터 야구를 시작한 강정호에게 "너는 메이저리그에 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강정호는 이미 수차례 자신의 롤 모델로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를 꼽았다. 그는 "A-로드가 현재는 약물로 평가절하되고 있지만 기본 실력이 좋지 않으면 그런 기록이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MLB에서 맞대결해보고 싶은 투수로 신시내티 레즈의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을 찍었다. 채프먼의 시속 160㎞가 넘는 광속구가 궁금하다고 했다.
강정호는 2015시즌 첫 해 목표로 유격수로 출전했을 때 타율 2할6~7푼, 15홈런을 잡았다. 그는 "아시아 출신 야수로서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국내야구의 미래를 보더라도 내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긴장 보다 여유가 넘쳤다.
목동=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