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채태인은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11일 6차전에 양말을 뒤집어 신고 경기에 나섰다. 지인이 그렇게 하면 승운이 따를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이날 채태인은 3회초 결승 2타점 적시타를 터트려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명승부 속에 탄생한 삼성의 4년 연속 통합우승. 당연히 뒷얘기도 풍성했다.
안지만의 등부상
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둔 3일 미디어데이의 화두는 삼성 안지만과 넥센 강정호의 초구 직구대결이었다. 넥센의 이택근이 안지만에게 강정호와의 첫 대결에서 초구 직구를 던지고 강정호는 치는 대결을 제안했고, 안지만은 얼떨결에 이를 수락했다. 그런데 원래 안지만도 "내 공을 칠 수 있겠냐"라는 강한 질문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택근의 제안이 먼저 들어왔고, 안지만은 "내 공에서 직구와 변화구 중 어떤 구질에 자신있냐"라는 어정쩡한 질문을 했다. 그리고 미디어데이를 하고 있을 때도 안지만은 등쪽 담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며칠 전부터 담증세를 호소했고 구단은 노심초사했다. 1차전서 불펜 피칭을 했지만 당시엔 등판 준비가 아니고 몸상태 점검차원이었다. 안지만은 양쪽 어깨를 돌리고, 몸을 좌우로 굽히면서 상태를 체크했고 '뻐근하지만 일단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긴 시리즈를 위해 투입을 아꼈다. 안지만은 1차전에 나서지 않았지만 이후 무실점의 완벽투로 선보였다.
박해민의 스노보드 장갑
박해민의 투혼도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잊지못할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2차전서 도루하다가 왼손 약지 인대 손상을 당한 박해민은 3차전서 검정색 스노보드 장갑을 끼고 극적인 동점득점을 했다. 박해민은 2차전서도 왼손을 다친 통증 속에서도 교체를 바라지 않았고 이지영의 안타 때 홈까지 밟는 투혼을 보였다. 그리고 3차전에 앞서는 수비 훈련을 물론 타격까지 소화하며 출전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스노보드 장갑은 김평호 1루 주루코치가 낸 아이디어라고. 그리고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아 찾기 힘들었던 보드 장갑을 구단 직원이 인근 백화점과 마트를 뒤져서 간신히 구했다. 2만원짜리 장갑을 낀 박해민은 8회말 2사 1루서 이승엽의 행운의 안타 때 전력질주로 홈을 밟았다. 박해민은 당시를 회상하며 "아웃이 될 것 같아도 뛰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루에 다가갈 때 김재걸 코치님이 팔을 너무 열심히 돌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 등 뒤에서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끝까지 뛰었다"라고 했다.
세리머니 기획자 윤성환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한국시리즈에도 삼성은 기획된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마무리 임창용이 고개를 숙인채 마운드 위에 서있고 그 주위를 모든 선수들이 둘러 싼 뒤 임창용이 4년 연속 챔피언의 의미로손가락 4개를 펼쳐 팔을 뻗고 선수들도 함께 따라하는 세리머니였다. 이를 기획한 이는 윤성환이었다. 지난해의 특색있는 세리머니 역시 윤성환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경기막판 즉석에서 만들어졌다고. 윤성환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삼성의 4연패를 더욱 멋지게 만들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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