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사이영상 커쇼, 그가 위대한 또다른 이유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11-13 10:48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위대한 이유는 마운드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모범적인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커쇼가 생애 세 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스포츠조선 DB

지난 1월 16일(이하 한국시각) 장기화 조짐을 보였던 LA 다저스와 클레이튼 커쇼의 협상 진통은 '7년, 2억1500만달러'라는 역사적인 작품으로 탄생했다. 커쇼는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평균 연봉 3000만달러를 받는 선수가 됐다. 단순히 천문학적인 연봉 만으로 커쇼가 위대한 걸까. 소위 '돈방석'에 앉게 되면 심신으로 해이해지기 일쑤인데, 커쇼는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마운드에서 가장 빛나는 별로 떠올랐다.

커쇼는 13일 발표된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의 투표 결과에서 신시내티 레즈의 쟈니 쿠에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애덤 웨인라이트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커쇼는 지난 2011년과 2013년에 이어 생애 세 번째로 최고 투수의 영광을 안았다. 올시즌 21승3패, 평균자책점 1.77의 맹활약으로 다저스의 2년 연속 서부지구 우승을 이끌었다. 커쇼는 로저 클레멘스, 랜디 존슨, 스티브 칼튼, 그렉 매덕스, 샌디 쿠팩스, 페드로 마르티네스, 짐 파머, 톰 시버에 이어 사이영상을 세 차례 이상 수상한 역대 9번째 투수가 됐다.

커쇼가 국내에서도 폭넓은 사랑을 받는 것은 실력 뿐만 아니라 성품도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안타를 칠 때 팔을 뻗어 소리를 지르며 파이팅을 돋워주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커쇼는 벤치에 있을 때와 마운드에서의 자세가 확연히 다르다. 그는 등판하는 날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마운드에서도 표정의 변화가 없고, 집중하려는 모습만 보인다. 전형적인 '승부사'의 모습이다. 왼손을 최대한 감추면서 몸을 끌고 나와 공을 던지는 폼은 다소 투박해 보여도 타자들이 타이밍을 아주 어렵게 만들고 승부사의 기질까지 엿보게 한다.

커쇼가 팬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그라운드에서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초 그는 아내와 함께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부를 둔 봉사단체 'Arise Africa'의 일원으로 잠비아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다. 텍사스주 출신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메이저리그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자선활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굶주리고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목격한 그는 귀국후 잠비아에 고아원을 설립하기로 마음먹는다. 그해 그는 삼진 1개당 100달러씩 적립해 고아원 설립의 꿈을 펼치기로 했다. 그해 248개의 삼진을 잡은 커쇼는 적립금과 기타 자선활동 명목으로 모은 49만달러를 가지고 꿈을 실천했다. 고아원의 이름은 '희망의 집(Hope's Home)'으로 정했다. 매년 비시즌 그는 아내와 그곳을 방문한다. 2012년에는 아내와 함께 '믿음으로 살고, 스스로를 찾는 일들을 꿈꾼다(Live out your faith and Dreams on Whatever Field You Find Yourself)'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또 '희생을 위한 삼진'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LA 지역 자선 활동에도 적극 참가했다. 이러한 활동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는 2012년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받았다.

커쇼는 1988년 음악가인 아버지와 그래픽 디자이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10세였을 때 부모가 이혼을 하는 바람에 청소년 시절은 썩 행복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받고 성장기를 보낸 커쇼는 텍사스주 명문 하이랜드파크고교에 진학해 운명의 사람을 만나는데, 그가 바로 아내 엘렌이다. 엘렌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 출신으로 커쇼도 그녀의 영향을 받고 이웃과 사회를 생각하는 '자선의 정신'을 배웠다고 한다.

커쇼는 메이저리그 입단 이후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대신 실력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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