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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에서 감독들의 성향은 좀더 신중해지고 소극적으로 바뀐다.
정규시즌과 같은 여유가 없기 때문에 파격보다는 '교과서적'인 작전을 펼칠 때가 많고, 마운드 운용에서도 믿을만한 투수들을 주로 찾는다. 그도 그럴 것이 1~2점차의 박빙의 상황에서 다른 작전과 선수를 쓸 필요와 명분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삼성 라이온즈보다는 넥센 히어로즈가 마운드 운용에서 한계가 있다.
그러나 3차전에서는 필승조 카드가 실패로 돌아갔다. 선발 오재영이 5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준 덕분에 1-0의 리드를 7회까지 가져갈 수 있었지만, 8회 실책성 플레이가 빌미가 돼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조상우가 1⅓이닝, 손승락이 2⅓이닝을 던졌고, 한현희가 9회초 2사후 등판해 박한이에게 투런홈런을 맞으며 패전을 안았다.
4차전서는 타선이 초반부터 터진 덕분에 마운드 운용이 손쉬웠다. 선발 밴헤켄이 7이닝 1실점으로 막았고, 한현희와 문성현이 나머지 이닝을 나눠 던졌다. 이날 경기에서 한현희의 쓰임새가 바뀐 것이 눈에 띄었다. 3차전서 결승 홈런을 허용한 한현희는 이날 4차전서도 8회 등판했지만, 1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2개를 내주며 2실점하는 부진을 보였다.
결국 5차전 이후에도 한현희가 박빙의 상황에서 나오기는 힘들 전망이다. 정규시즌이라면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모험을 강행할 수 있지만, 한 경기 결과가 시리즈 전체 향방을 결정하기 때문에 넥센으로서는 불펜진 운용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투수를 쓰기는 힘들다. 정규시즌 같으면 경험과 로테이션 등을 감안해 다른 선수들을 쓸 수 있지만, 단기전에서는 믿음이 가는 투수를 부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선발투수들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 염 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갈 것에 대비해 조상우와 손승락의 한 경기 한계 투구수를 30개로 정해 놓고 불펜운용을 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불펜진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마무리 임창용을 비롯해 셋업맨 안지만 차우찬 심창민, 롱릴리프 배영수 등이 버티고 있어 상황 대처 방안이 다양하다. 이 때문에 넥센은 필승조의 일원인 한현희의 컨디션 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