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헹가래를 한 뒤에야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38)은 벌써 다섯 번째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일본 진출 전인 2001년과 2002년, 그리고 한국 무대로 컴백한 2012년과 지난해 한국시리즈 무대에 섰다. 그리고 지난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쐐기 투런홈런을 때려내며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14개)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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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홈런은 이승엽의 이번 한국시리즈 첫 안타였다. 여전히 홈런 외에는 침묵중이다. 이날도 삼진 3개 포함 5타수 1안타로 아쉬운 모습을 남겼다.
이승엽 본인도 홈런 신기록에 전혀 만족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신기록에도 "전혀 기분이 좋지 않다"며 입을 연 이승엽은 "나머지 타석에서 어이없는 삼진을 당했다. 휴식일에 훈련을 해서 3차전부터는 지금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홈런보다는 자신의 타순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는 "홈런도 홈런이지만, 그보다는 6번 타순에서 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시즌 때의 타격감으로 올려놔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은 올시즌 타율 3할8리 32홈런 101타점으로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만 38세의 나이에 '회춘'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타자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3할-30홈런-100타점으로 순도 높은 타격을 했다. 이승엽 본인도 정규시즌 때의 모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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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컴백 직후였던 2012년,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개인상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지금은 오로지 팀이 3승을 더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 것만 보일 뿐이다.
그는 홈런 신기록은 물론, 타격감을 찾는다 해도 만족을 느끼려면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쯤, 그가 만족할 수 있을까.
이승엽은 2001년의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의 첫 한국시리즈, 하지만 정규시즌 우승에도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아픈 기억이었다. 삼성도 그렇게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 특성상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묻힌다. 2001년에 한 번 경험했는데 정말 비참했다.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마지막 경기까지 승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만족하는 순간은 바로 모든 게 잘 끝난, 우승의 순간이다. 이승엽은 "우승을 해야 1년간의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릴 수 있다. 감독님 헹가래를 하고, 메달을 목에 걸면 만족할 것 같다. 그때까지는 만족할 수 없다"며 웃었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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