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밟힐수록 성장한 NC 박민우, 다시 일어나라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10-23 11:58


2-3, 1점차까지 따라온 상황.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9회초 수비만 넘기면, 마지막 승부를 걸어볼 만도 했다. 이때 나온 상대의 본헤드 플레이, 그런데 이때 결정적인 수비 실책이 나왔다. 내야 높게 뜬 타구를 한 내야수가 잡지 못하면서 4점째 실점을 허용했다. 팀은 그대로 패배. NC 다이노스 내야수 박민우(21)가 혹독한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경험하고 있다.


22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NC다이노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NC 박민우 2루수가 9회 1사 1루에서 이병규의 내야 뜬볼 타구를 놓치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0.22
박민우는 NC의 리드오프로 한 시즌을 보냈다. 풀타임 출전은 생애 처음. 118경기서 타율 2할9푼8리 1홈런 40타점 50도루를 기록하며 도루 2위에 올랐고, 신인왕 후보에 올라 수상이 유력한 상태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 수상이 눈앞인 전도 유망한 유망주. 하지만 그는 아직도 '성장통'을 겪고 있다. 휘문고 재학 시절 박민우는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다. 그리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NC에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지명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NC가 우선지명한 투수 두 명 다음으로 꼽은 내야수, NC 내야의 '미래'로 박민우를 선택한 순간이었다.

입단 첫 해, 퓨처스리그(2군)에서 경험을 쌓고 올라온 박민우는 1군에 데뷔한 2013시즌 개막 3연전에 주전 2루수로 나섰다. 고졸 2년차 선수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최근 프로의 벽이 높아져 아마추어 선수들, 특히 야수들의 1군 진입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데 박민우는 또래에 비해 모든 게 빨랐다.

하지만 그게 독이 됐을까. 박민우는 개막 3연전에서 9타수 무안타에 실책만 2개 저질렀다. 1군 데뷔전에서 타격은 그렇다 쳐도, 결정적인 실책까지 범했으니 시쳇말로 '멘붕'이 올 법 했다.


28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NC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사진은 NC 박민우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6.28.
결국 박민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2군에 내려갔다. 김경문 감독의 배려로 다음 원정경기까지 따라간 뒤 짐을 쌌다. 첫 원정길, 하루라도 더 경험해보라는 의미였다. 당시 김 감독은 "'1군에 이런 것이다'라고 느껴봐야 안다"며 실수를 한 선수들을 감쌌다. 스스로 역경을 딛고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박민우는 다시 일어섰다. 지난해 많은 시간을 2군에서 보내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데 집중했다. 개막전 주전 2루수가 1군에서 뛴 시간은 고작 32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이마저도 주전이 아니었다.

지난 스프링캠프는 박민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시간이었다. 전지훈련 도중 발목 통증으로 수비훈련이 불가능해지자, 의자에 앉아 송구하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 이동욱 수비코치는 시즌 내내 일찌감치 출근한 박민우와 수비훈련을 하며 그를 단련시켰다. 부족한 송구, 그로 인한 실책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피나는 노력을 했다.


빠른 발과 선구안이라는 확실한 재능을 가졌던 박민우는 컨택트 능력을 향상시키고, 약점이었던 수비를 보강하며 주전 2루수에 1번 타자 자리를 따냈다. 누가 만들어준 자리는 아니었다. 경험 많은 선배들도 있었지만, 스스로 자리를 꿰찼다.


서스펜디드게임을 치른 NC와 롯데가 30분 휴식을 취한 후 6일 예정된 경기를 시작했다. 2회말 무사 1,2루 롯데 전준우의 유격수 병살타 때 1루주자 황재균이 2루포스아웃되고 있다. NC 2루수는 박민우.
이날 오후 4시에 열린 서스펜디드 게임에서는 NC가 3-1의 승리를 거뒀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8.06/
올해도 고비는 있었다. 개막전에서 평범한 땅볼 타구에 송구 실책을 저지른 것이다. 지난해 모습이 떠올라, 더욱 걱정이 됐다. 이번엔 그 실책 하나로 무너지지는 않았다. 겨우내 준비한 게 있었기에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많은 선수들이 '트라우마'를 겪는다. 송구 실력이 부족했던 박민우도 과거 아마추어 시절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로 뛰었다. 그리고 송구가 불안한 내야수라는 꼬리표를 점점 떼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하다. 잘 되지 않는 게 있으면, 혼자 끙끙 앓고 극복하려고 발버둥친다. 그러면서도 경기 전 만나면 언제나 씩씩하고 해맑게 웃는 표정이다.

박민우에게 다시 한 번 고비가 왔다. 이번엔 뜬공 타구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밟히면 일어섰던 모습을 떠올리면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고개를 들고, 다시 한 번 일어날 때가 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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