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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늘어지는 호텔 생활, LG는 집에 가고 싶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10-22 11:19


20일 오후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릴 2014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와 NC의 경기에 앞서 비가 오는 가운데 LG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지켜보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4.10.20.

"호텔에 있으면 편할 것 같다고요? 체력이 떨어지는 기분이예요."

LG 트윈스가 예상할 수 없었던 악재에 부딪혔다. 객지 생활 1주일이 넘었다. 준플레이오프 경기도 중요하지만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죽겠단다.

LG는 마산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를 20, 21일 연이틀 치르지 못했다. 심술난 하늘 때문이었다. 이틀 연속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됐다. 예보상 22일 오후에는 비가 없어 다행히 경기를 치르고 상경할 예정인데 이 과정까지가 매우 힘들었다.

LG 선수단은 정규시즌 마지막 2경기를 지방 원정경기로 치렀다. 15일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 17일 부산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를 했다. 만약, 롯데전에서 4위를 확정지으면 19일부터 마산에서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일정이 애매해 서울로 가기 힘든 상황. 결국 삼성전 하루 전인 14일 서울을 떠날 때 1주일치 짐을 챙겼다. 예정대로였다면, 20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르고 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다.

이 1주일 원정도 길었다. 그런데 비로 인해 마산에서 머무는 일정이 더 늘어났다. 차라리 경기를 하구 밤에 들어와 바로 잠을 자는 일정이라면 버티기 쉽다. 그런데 경기가 취소되면 저녁 시간부터 할 일이 없다.

LG 손주인은 "이번 휴식이 NC 선수들에게 유리하다고 하는데, 단순히 경기력을 놓고 얘기하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정이 늘어질 때 집에서 편하게 쉬고, 집 밥을 먹고 하는 부분은 분명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진영과 문선재는 "호텔에 있으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도 정말 피곤한 일이다. 오히려 체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활달한 성격의 류제국의 경우 "마산은 특히 할 게 없어 더 심심하다"라고 푸념했다. 보통 젊은 총각 선수들 말고, 유부남 선수들 중에는 원정 호텔 생활을 반기는 선수도 있다. 피곤한 상황에서 귀가시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도 큰 숙제가 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한 유부남 선수는 "와이프도, 아이들도 너무 보고 싶다"라고 했다.

그래서 LG 주장 이진영은 선수들의 외출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이기 때문에 선수단 단합을 위해 개별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였다. 이진영은 "생각없는 음주 등만 피한다면, 외출을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지겨운 호텔밥 말고 본인 식성에 맞게 맛있는 음식도 먹는 것도 도움이 되고, 누워만 있는 것보다 움직여야 경기력에도 훨씬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다들 그렇게 빨리 경기를 마치고 집에 가고 싶어하는데, 양상문 감독 홀로 색다른 고민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양 감독은 "나도 집에 가고 싶긴 하다"라고 하면서도 "그런데 이럴 때마다 딜레마가 있다. 나는 집에 가면 대단한 게 아니어도 와이프가 해주는 집밥이 먹고 싶다. 그런데 내가 오랜만에 가면 와이프와 아이들은 외식을 갈망하고 있더라. 가족들의 바람을 무시할 수도 없고, 난 외식은 싫고 참 어려운 문제"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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