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을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의 정규리그 4연패를 예상한 전문가는 몇 되지 않았다. 3연패를 한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었고 팀의 뒷문을 막아주던 오승환이 일본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한데다 1번 배영섭까지 군입대를 해 전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은 올해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해 사상 첫 4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삼성은 새롭게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오승환이 빠진 삼성은 분명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톱타자가 빠진 것도 타선에 힘이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임창용의 복귀와 나바로의 활약에 더해 새로운 삼성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부진을 보였던 이승엽이 새롭게 태어난 것도 삼성 1위의 원동력이 됐다. 간결한 타격폼으로 바꾸는 모험을 한 이승엽은 6번 타자임에도 3할 타율, 30홈런, 100타점을 넘겼다. 삼성은 어느 팀 투수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팀이 됐다. 지난해 95개의 도루로 전체 7위에 그쳤던 삼성은 올해는 뛰는 팀이 됐다. 9번 타자인 김상수가 도루 1위를 달리는 등 팀 도루 1위를 기록했다.
류중일 감독은 초반 전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결코 무리하지 않는 운영으로 팀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렇다고 가만히 기다린 것만은 아니었다.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보이면서도 발빠르게 전력을 정비했다. 톱타자 자리엔 정형식 박한이 김상수 등을 기용하면서 자리에 맞는 선수를 찾았으나 나타나지 않았고 외국인 톱타자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나바로를 기용해 성공하자 이를 그대로 밀어부쳤다. 중견수 자리 역시 정형식 이영욱 김헌곤 박해민 등을 경쟁시켰고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인 박해민을 붙박이 중견수로 낙점했다.
임창용이 9차례 블론세이브를 했음에도 삼성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선수들이 많은 위기를 헤쳐온 경험이 깔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상대의 기를 꺾을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삼성은 이제 해태 타이거즈(1986∼1989년)에 이어 역대 두번째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역대 최초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린다. 1등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삼성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