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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에게 정하라고 했더니, 우리에게 정해달라고 하던데요."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 에이스 밴헤켄이 꿈의 20승 고지를 정복했다.
밴헤켄은 1회 상대 손아섭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이후 롯데 타선을 꽁꽁 틀어막으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타자들은 4회 대거 5점을 뽑아 밴헤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후 3점을 추가했다. 박병호의 시즌 50호 홈런 덕이었다. 쏟아지는 넥센의 득점에 롯데 타선은 의욕을 잃고 말았다.
밴헤켄의 20승 기록은 선발투수로 역대 7번째 대기록이다. 앞서 1983년 장명부(삼미), 1985년 김시진(삼성), 1985년 김일융(삼성), 1987년 김시진(삼성), 1995년 이상훈(LG), 2007년 리오스(두산)이 선발투수로 20승 고지를 밟았다. 외국인 선수로는 7년 만이고, 역대 2번째 기록이다. 선발이 아닌 계투 요원까지 포함하면 역대 16번째 기록이다. 하지만 순수 선발투수들과의 기록과 비교하면 의미에 차이가 있다.
밴헤켄의 20승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밴헤켄이 시즌 중반 14연승으로 최다 연속경기 승리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17승째를 거둘 때만 해도 20승이 쉽게 달성될 줄 알았다. 8월 13일까지 17승. 그런데 연승 종료 후 2경기 연속으로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9월 4일, 9일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2승을 챙겨 19승을 기록했지만 10월 3일, 8일 두 경기에서 다시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일정상 단 한 번의 등판이 가능했다. 염경엽 감독은 밴헤켄에게 편한 날짜, 편한 팀을 고르라고 했다. 일정상 KIA 타이거즈, 롯데, SK 와이번스 중 한 팀을 택할 수 있었다. 분명 자신에게 편한 상대가 있을 터. 하지만 밴헤켄은 코칭스태프에 "나는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따르겠다"라며 쿨한 모습을 보여 염 감독을 오히려 당황시켰다고 한다. 염 감독은 5일 휴식 후 공을 던지는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판단해 이날 경기 밴헤켄을 투입했다. 롯데가 화요일 경기 1승1무17패를 기록하고 있다는 징크스의 힘도 더해졌다.
그렇게 밴헤켄의 대기록이 시즌 마지막 도전에서 만들어졌다. 한국 데뷔 3년 만에 밴헤켄이 리그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