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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2007년 8월16일에 열린 '2008 신인드래프트'에서 광주일고 3학년생 서건창을 데려가겠다는 프로팀은 없었다. 지역 연고팀 KIA 타이거즈를 비롯한 프로구단들은 서건창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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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서건창은 올해 125번째 출전경기에서 197번째 안타를 기록하면서 한국 프로야구 역대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종범 현 한화 이글스 코치가 해태 타이거즈 선수시절인 1994년에 세운 196안타를 넘어섰다. 무려 20년 만에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하지만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둔 서건창은 평소와 똑같았다. 진중한 표정으로 토스배팅을 하며 타격 폼을 점검하고는 배팅케이지에 들어서 타격 연습을 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현재의 서건창은 애초에 기대했던 것보다 월등한 발전을 이뤄냈다. 한국 타자 중에서 가장 타격 포인트를 몸쪽으로 끌어와서 칠 수 있는 타자가 됐다. 인(in)에서 아웃(out)으로 이어지는 스윙이 완벽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몸쪽 공이든, 바깥쪽 공이든 다 배트 중심에 맞힐 수 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 염 감독은 서건창이 신기록을 넘어서 '200안타 고지'까지 밟으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서건창은 이날 1회초 첫 타석에서는 볼넷을 골라나갔다. 김병현은 서건창과 무척이나 신중한 승부를 펼쳤다. 굳이 대기록을 의식해서라기 보다는 상대팀의 리드오프를 봉쇄하기 위한 당연한 투구법. 그러나 2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결국 안타를 허용했다. 초구와 2구째 볼에 이어 3구째 몸쪽 공. 서건창은 날카로운 스윙을 했지만, 타구는 1루 파울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볼카운트 2B1S. 김병현은 직구를 던졌다. 코스는 몸쪽. 하지만 공이 날아오며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약간 몰렸다. 실투라고 하긴 어려운 공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공은 서건창에게는 좋은 먹잇감일 뿐이다. 망설임없는 스윙에 이은 깨끗한 안타. 주목받지 못했던 '무명선수' 서건창이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격 달인으로 자리매김한 순간이었다.
대기록을 달성한 서건창은 "솔직히 실감이 잘 안난다. 무엇보다 우상이었던 이종범 선배님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된 게 정말 영광스럽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나에게는 '가문의 영광'이나 마찬가지"라고 신기록 달성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남은 3경기에서도 지금처럼 하겠다. '200안타 달성'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편하게 경기에 임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한편, 이날 서건창은 4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초 '200안타 달성'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이제 3안타가 남았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