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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엔 아마 3년 안에 일을 낼 겁니다."
지난해,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이호준(38)은 NC 다이노스가 3년 안에 큰 사고를 칠 것이라고 했다. 바로 4강 진입이다. 1군 진입 첫 해, 아무리 소속팀 선수라고 해도 그런 전망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당시만 해도 모두가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해 신생팀에서 주장을 맡은 이호준의 '립서비스'라고 생각했다.
이호준은 당시를 떠올리며 "봐라. 내 말대로 되지 않았나"라며 활짝 웃었다. 당시 이호준은 FA로 팀을 옮긴 뒤 첫 스프링캠프에서 NC의 비전을 봤다고 했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1년을 뛰었을 뿐인데 '자세'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호준은 "스프링캠프에 가서 처음 훈련을 시작하는데 솔직히 우왕좌왕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마치 10년 된 선수들처럼 딱 갖춰져 있더라"고 말했다.
어린 선수들 위주로 1년간 돌아간 팀이 당연히 시행착오를 겪지 않겠냐는 생각은 처음부터 엇나갔다. 그는 "김경문 감독님께서 위에 딱 계시니 다들 말하지 않아도 긴장하고, 열심히 하더라. 개개인의 능력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의 모범적인 자세가 돋보였다. 처음부터 잘 될 거란 확신이 생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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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은 올시즌을 돌이켜 보며 "올해 목표를 4강으로 시작했다. 코칭스태프도 올해를 기회로 보셨다. 외국인선수를 한 명 더 쓸 수 있고, FA도 영입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참 기쁘다"며 "사실 선수들은 포스트시즌에 가겠다거나 하는 걸 의식하지 않고, 1경기 1경기 최선을 다했다. 지난해 좋지 않은 경기력에도 팬들께서 안 떠나고 박수를 보내주시는데 감동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팀 컬러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위기도 있었다. 8월 말부터 7연패에 빠졌다. 창단 최다 연패 타이. 지난해 개막과 동시에 기존 구단과의 실력차를 절감해야 했던 7연패 상황이 재현되고 말았다. 이호준은 "승수를 계산하다 보니 점점 더 말리더라. 7연패를 해서 정말 긴장했다. 여기까지 와서 잡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위기를 잘 준비하셨던 것 같다. 마지막 고비를 잘 넘겼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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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선수들이 긴장해 얼어붙을 수 있는 게 단기전이다. 이호준은 후배들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보너스 게임'이란 자세로 임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정규시즌 때 좋은 결과가 있었으니, 재미있게 즐기라고 말한다. 즐기면 후회 없는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호준 개인적으로도 NC의 4강은 '행복한' 일이다. 그는 "요즘엔 평생 이렇게 야구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야구하면서 정말 행복하다"며 "나이 마흔에 어린 선수들과 이렇게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야구하면서 NC 온 게 제일 잘 한 일'이라고 했지만, 정말인 것 같다. NC에 온 건 행운이다. 잘 해나가고 있고, 은퇴할 때도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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