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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야구는 한국 대표팀의 극적인 대역전승으로 메달 색깔이 모두 가려지며 막을 내렸다.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한국 대표팀은 그 꿈을 이루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예상치 못했던 대만과의 결승전이었다. 질 뻔 했던 경기, 정말 힘겹게 역전에 성공했다. 그만큼 경기 종료 후 나온 뒷이야기도 풍성했던 결승전이었다.
대표팀의 영웅 안지만?
그런데 그 다음 헹가레 주인공이 뜻밖이었다. 다름 아닌 자신들의 동료 안지만(삼성 라이온즈)이었다. 안지만은 2-3으로 뒤지던 7회말 무사 1, 3루 위기서 불꽃같은 투구로 무실점 이닝을 만들며 8회 역전 분위기를 만든 장본인. 혼자 금메달을 안긴 활약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안지만 활약의 중요성은 선수들이 제일 잘 알았다. 선수들은 류 감독을 내려놓자마자 안지만을 연호했다. 그리고 안지만에게 헹가레까지 선물했다. 선수 신분으로는 보통 가지기 힘든 특권. 안지만은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 아니었을까.
오재원 통곡 왜?
병역 미필 선수들에게는 만감이 교차한 결승전이었다. 하마터면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될 뻔 했다. 이 한 경기에 자신들의 야구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 병역 미필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긴장한 모습이 가득했다. 그리고 승리가 확정됐을 때,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눈물이 흐르는 것도 당연한 일.
하지만 기쁜 일이기에 눈물을 찔끔 흘리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떠나가랴 오열을 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오재원(두산 베어스)이었다. 황재균(롯데 자이언츠) 중국과의 준결승전,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타선을 이끌며 대회 최고 선수로 인정받았다. 병역 미필 선수 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 황재균은 유쾌한 분위기 속에 인터뷰를 진행하며 "나도 눈물이 조금 나긴 했다. 그런데 재원이형은 그라운드에서도, 라커룸에서도 아주 통곡을 하더라.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라고 증언하며 웃었다.
오재원은 한국에서 통용되는 빠른 85년생으로 군 미필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한 마디로 막차.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나이가 꽉 차 바로 군에 입대해야 했다. 그 기쁨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대만과의 예선전에서 TV 해설을 맡은 박찬호의 돌직구 조언에 흔들리며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후유증 때문이었을까. 오열의 이유, 이는 본인 만이 알 일이다.
반전의 사나이 궈진린?
한국이 대만에 패할 뻔했던 대 위기를 맞은 이유는 대만의 깜짝 스타 궈진린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투수가 선발로 등판해 위장 선발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그의 투구는 위장 선발 논란을 단숨에 잠재워버렸다. 궈진린은 당초 18세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었고 22세의 대학생이었다. 작은 체구에 얼굴은 영화배우 원빈을 빼다 박은 미소년이었다. 그런데 이 힘없어 보이는 투수가 150km가 훌쩍 넘는 직구를 뿌렸고, 프로 선수들 저리가라 하는 완벽한 체인지업을 구사해 한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경기는 졌지만, 경기 후 믹스드존 대만 최고 스타는 궈진린이었다. 대만 취재진에 붙잡혀 한참이나 인터뷰를 했다. 가까이서 본 궈진린은 더욱 큰 반전을 안겨다줬다. 쏟아지는 질문에 수줍어 하는 모습이 공을 던질 때와의 모습과 전혀 딴판. 프로필에 키가 1m74라고 나왔는데, 실제 옆에 서보니 키는 더욱 작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얘기 중 활짝 웃은 궈진린의 치아가 빛났다. 교정기가 착용돼있었다. 더욱 야구선수 같지 않은 인상을 안겨줬다. 영락없는 한국 고등학생 정도의 반전 외모였다.
금메달 대표팀, 회식도 없어?
이렇게 큰 산을 넘은 팀이라면 기쁨을 함께 나누는 뒷풀이 자리, 즉 회식은 당연히 하기 마련. 성인들이기에 술도 한 잔 하면서 마지막 추억을 쌓는게 보통이다. 최고 결과인 금메달까지 획득을 했으니 대표팀은 기분 좋게 회식을 하며 감격의 밤을 보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경기 후 대표팀 일정은 싱거웠다. 곧바로 선수촌에 복귀,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 해산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1일부터 곧바로 이어지는 프로 경기 일정 때문이었다. 선수들은 "바로 중요한 경기들이 이어진다. 회식을 할 때가 아니다. 29일 하루 푹 쉬고 바로 팀에 복귀해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